[사설] 서울대학교 신임 총장 어깨 무겁다

입력 2010-05-04 18:00

오연천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가 그제 제25대 서울대 총장 선거에서 과반득표로 1위를 했다. 교과부의 추천과 대통령의 임명 과정이 남아 있지만 1991년 직선 이후 매번 최다 득표자가 총장이 돼왔음을 볼 때 오 교수의 총장 임명은 사실상 확정적이다.



오 교수는 당선 직후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서울대가 처한 과도기적 상황을 볼 때 당연한 소회다. 서울대는 지금 법인화를 통한 세계 정상급 대학으로의 도약이라는 중차대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 국회에 계류 중인 ‘서울대 법인화’안이 예정대로 통과되면 신임 총장은 역대 총장중 가장 막강한 총장이 된다.

총장은 이사회의 수장이 되고 교수 채용, 학사 운영 등에 있어 독립적 의사결정이 가능해진다. 그동안 공무원 신분이라는 이유로 상한선이 묶여 있던 연봉도 자유로이 책정할 수 있고 정부 지침 없이도 재산과 연구 성과를 이용, 여러 수익 사업을 전개할 수 있다. 총장이 폭 넓은 재량권으로 독자적 대학 발전 전략을 구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일각에선 서울대 법인화가 기초학문을 소외시키거나 무리한 등록금 인상 등 상업적 운영으로 공공성을 훼손시킬 것을 크게 우려한다. 오 교수도 이를 의식한 듯 선거 결과 발표 이후 “국립대인 서울대에 시장지향적 신자유주의적 접근은 옳지 않다”며 기초학문 육성 등 대학의 본질적 역할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올바른 접근이다. 한국의 대학 경쟁력은 바닥권이다. 지난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이 발표한 국내 대학 경쟁력은 57개 조사 대상국 중 51위였다. 기초학문의 열세가 큰 실점 요인이었다. 우리 대학이 세계적 일류 대학과 경쟁할 수 있으려면 이제는 양적 성장에서 질적 발전으로 나아가야 한다.

오 교수는 행정학 분야의 해박한 이론을 바탕으로 현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정책에도 간여하는 등 학문과 실무 능력을 겸비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총장에 임명되면 모든 역량과 정성을 다해 서울대를 발전시키고 이를 통해 국내 대학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선도적 역할을 감당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