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세프 한국위원회 박동은 사무총장 “도움받던 나라서 세계 총회 개최”
입력 2010-05-04 17:50
“도움을 받던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로, 이제는 총회까지 열게 됐습니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박동은(75) 사무총장은 1950년 전쟁 당시 최빈국으로 유니세프의 대규모 지원을 받던 우리나라가 1994년 공여국으로 전환한 뒤 급성장, 2010년 유니세프국가위원회 연차총회를 개최하게 됐다고 4일 밝혔다. 이번 총회는 9일부터 4일 일정으로 서울 홍은동 그랜드서울힐튼에서 36개국 국가위원회 대표들이 모여 어린이의 생존, 보호, 발달 부문의 진전 상황을 평가하고 앞으로의 비전을 제시하게 된다.
유니세프는 유엔의 특별기구로, 전쟁피해 아동의 구호와 저개발국 아동의 복지 향상을 목적으로 46년 설립됐다. 전 세계 190여개국에 조직을 갖고 있으며, 156개 개발도상국에는 대표사무소가 운영되고 있다.
박 사무총장은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전환한 나라는 유니세프 역사상 우리나라가 처음”이라며 “이번 연차 총회를 통해 유니세프의 구호물자를 받던 한국의 발전상과 함께 성숙한 기부문화를 보여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2400만 달러를 모금, 지원했다. 이는 전체 위원회 중 10위 규모다.
“후원금 중 해마다 100만 달러는 북한 어린이를 돕는 데 써달라고 지정하고 있습니다. ‘차별 없는 구호’가 유니세프의 설립정신이지만 동포애가 있고, 또 그만큼 북한 어린이들이 어렵습니다.”
박 사무총장은 “한 달에 1만원씩 1년간 내면 어린이 6명에게 기본질병에 대한 예방접종을 해줘 그들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면서 따뜻한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했다. 현재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에는 12만여명의 정기후원자가 있다.
어려운 나라의 어린이를 돕고 있는 우리나라의 어린이들 상황은 어떨까. 그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고 답했다.
“장애아들에 대한 배려가 특히 부족합니다. 또 비장애아들도 ‘놀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쾌적한 환경에서 뛰어놀면서 자라야 하는데 성적지상주의에 휘둘리고 있습니다.”
88년 유니세프대표부 대외담당관으로 일을 시작해 3년마다 재신임을 받아야 하는 사무총장직을 93년 12월부터 5번째 연임하고 있는 그는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의 산증인으로 꼽힌다. “글로벌한 비전을 갖고 열심히 일할 후임을 찾는 중”이라며 “사무총장직을 그만두더라도 늘 유니세프와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월 회비를 꼬박꼬박 내는 정기후원 회원이다.
글·사진=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