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롯데의 ‘보배’ 손아섭 무서운 질주… 어느 팀의 2번 타자보다 뛰어난 활약 ‘키플레이어’
입력 2010-05-04 18:51
부산고 재학 시절 그는 천재 타자로 인정받았다. 당시 그의 애칭은 ‘부산고의 이치로’였다. 고교 1학년 때부터 2번 타석에 들어서면 1번은 안타를 쳤다. 졸업 후 고향팀 롯데에 입단했고 프로 2년차였던 2008년 타율 0.303을 기록하며 애칭이 과장이 아님을 보여줬다.
손아섭(22) 얘기다. 야구를 더 잘 할 수 있다는 말에 ‘손광민’에서 ‘손아섭’으로 개명까지 하고 나섰지만 지난해엔 타율 0.186에 머무르며 기대밖의 성적을 냈다. 2008년의 성공에 자신감을 얻어 중·장거리 타자로 변신하기 위해 스윙궤도를 바꾼 게 오히려 독이 됐다.
그러나 지난 겨울 나쁜 타격폼을 수정하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불려놓았던 체중도 좀 줄였다. 손아섭은 3일 현재 타율 0.342로 6위, 39개의 안타로 최다안타 공동 2위를 달리고 있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27득점으로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붙박이 2번 타자를 맡고 있는 그의 가장 큰 임무는 테이블세터로서 출루를 많이 하는 것. 그가 주자로 나가는 일이 늘어날수록 중심타선의 타점 기회가 많아지고 팀이 승리할 확률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달 4일 이후 2일까지 23경기 연속 출루를 이어가고 있다. 13경기 연속 안타 기록도 진행중이다. 그의 활약 덕에 로이스터 롯데 감독은 걱정 한 가지를 덜었다.
로이스터 감독은 사이판 전지훈련 당시 “올 시즌 키플레이어는 정보명과 이인구, 손아섭”이라고 했다. 정보명이 팀의 3루수 고민을 해결해줄 기대주였다면 이인구와 손아섭은 팀의 외야 한 자리와 2번을 맡아줄 타자 후보였다.
정보명과 이인구가 부상과 부진 등으로 현재까지 로이스터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반면 손아섭은 8개 구단 어느 팀의 2번 타자보다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꾸준한 활약을 보여줄 수 있느냐 하는 것. 한 시즌을 처음부터 끝까지 뛰어본 적이 없는 손아섭이 시즌 내내 지금같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질 것이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