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가 독창곡집 낸 김진상 백석예술대 교수 “내 삶의 고난·축복 노래로 간증”

입력 2010-05-04 17:24


성악가 김진상(48·백석예술대·사진) 교수가 성가 독창곡집 ‘헤아릴 수 없는 주의 은혜’를 발표했다. 성악가 교수가 직접 작사·작곡해 성가집을 낸다는 건 드문 일이다. 김 교수는 “나의 노래는 내 삶의 간증”이라며 “그동안 함께하셨던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의 기억들을 정리하고 다듬었다”고 고백했다.

김 교수는 24곡을 쓰면서 독창 외에도 4부 합창, 듀엣 곡으로 부르기 쉽게 편곡도 했다. 코드 악보도 수록했다. 이에 대해 비앤비출판사 측은 “성악가가 만든 성가여서인지, 선율이 자연스럽고 노래 부르기가 쉽도록 작곡됐다”고 평했다.

어렸을 때부터 성가대에서 찬양하며 성악가의 꿈을 키운 김 교수는 가정형편 때문에 음대 진학을 포기했다. 우연한 기회에 해군본부 군악대에서 성악 전공자를 뽑는다는 공고를 보고 음악에 대한 열정과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재능에 대한 확신만 믿고 지원서를 냈다. 그런데 합격한 것이다.

“군장병 위문 음악회 때 단원 한 명이 갑자기 몸이 아파 빠지게 되면서 제가 대신 무대에 서게 됐어요. 마침 그곳에 계셨던 테너 박인수 교수님이 ‘내가 가르쳐줄 테니 성악을 배워보겠느냐’고 제안하셨지요.”

군복을 입은 채 서울대 캠퍼스를 다니며 박 교수로부터 개인레슨을 받았다. 그리고 군 제대 후 27세 때 총신대 교회음악과에 입학했다. 낮에는 학생으로, 밤에는 아파트에서 경비를 서며 공부했다. 재정보증이 안돼 몇 차례 비자 거절로 미국 유학길이 막힌 적도 있지만 김 교수는 이 또한 기적적으로 해결됐다고 전했다.

“미국 생활은 너무 비참했어요. 생활비가 모자라 임신한 아내와 함께 빈 깡통을 주우러 로스앤젤레스 골목길을 헤집고 다녔습니다. 한번은 쓰레기 창고에 들어가 깡통을 줍다가 오물을 뒤집어쓴 적도 있어요. 아내가 딸을 출산하자 저 혼자 계속 깡통을 주워 우유·기저귀 값을 댔습니다.”

하지만 그는 소망을 이뤘다. 뉴잉글랜드 음악대학원 장학생으로 입학했고, 오클라호마 주립대에서 연주학 박사과정도 수료했다. 귀국 후엔 왕성한 연주활동 외에도 틈틈이 성가를 작곡하고, 지난해엔 간증집 ‘절대로 포기하지 마십시오’도 출간했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