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월드컵만 말고 아프리카의 삶과 아픔 봐달라"

입력 2010-05-04 16:12


“한국 교회에서 배운 생태 농업과 선교 방법을 남아프리카 교회들과 나누겠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두 명의 목사가 한국의 생태 농업과 농촌 선교 방법을 배우기 위해 방한했다. 지난달 26일 2주 일정으로 한국에 온 남아프리카회중교회연합(UCCSA) 총회 소속 프레디 보트(60), 쿠자니 엔데베레(36) 목사를 서울 연지동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만났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와 선교협정 관계에 있는 UCCSA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보츠와나, 짐바브웨, 나미비아, 모잠비크 등 5개 나라의 700여개 교회들의 연합으로 본부는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 있다. 두 목사는 “이 5개 나라 사람들은 현재 땅이 황폐해지는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국적기업, 대기업들에 농작물을 팔기 위해서는 화학비료와 제초제를 사용해 최대한 소출량을 늘려야 하기 때문에 환경이 오염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농법으로는 결국 땅이 회복되기 어려울 정도로 망가질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있지만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지요. 당장 돈을 벌어야만 생계를 유지할 수 있으니까요.”

이 가운데 UCCSA는 창조 섭리와 생명 보전의 관점에서 생태 농업을 연구하고 있으며 위생적이면서도 친환경적인 주거 형태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두 목사는 설명했다.

이번 한국 방문은 이들의 첫 해외 탐방인 셈이다. 예장 통합 총회의 초청과 안내로 방문한 곳들을 열거하며 그들은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전북 김제 새만금생명교회(손은하 목사)를 찾아가 유기농 농법에 대한 정보를 얻었고, 전남 장성 한마음공동체에 이틀간 머물며 흙으로 집을 짓는 방법을 비롯해 친환경적 생활 방식을 체험했다. 가나안농군학교에서는 근면과 절제에 대해 배웠다. 이들은 “우리가 배운 것을 총회에 보고해 5개 나라 교회들이 공유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물론 두 나라의 기후와 환경이 차이가 있는 만큼 농사법을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들은 “우리가 원한 것은 정신”이라면서 “생태적 정의 안에서 사람들과 함께 땅을 일구고 목회를 하는 교회의 모델을 보고자 한 것이므로 방문 목적을 충분히 이뤘다”고 했다.

아울러 이들은 예장 통합 총회에 조만간 UCCSA를 방문해 달라고 요청했다. “곧 월드컵 시즌이 되면 수많은 사람들이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방문하겠지요. 그렇지만 우리는 축구만 응원하고 가는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의 삶과 아픔을 함께 고민하고 기도해 줄 동역자를 원합니다. 한국의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시기를 바랍니다.”

글.사진=국민일보 미션라이프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