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PT회의 뉴욕서 개막… 북핵 도마에 美·이란 기싸움 예고

입력 2010-05-03 21:32


핵확산금지조약(NPT) 8차 평가회의가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개막됐다. 189개국 대표단이 참여해 오는 28일까지 26일간 계속된다.

이번 회의에선 북핵 및 이란의 핵 개발, 중동 비핵화지대 창설, NPT체제 강화 등이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2005년 7차 회의에선 핵 보유국과 비보유국이 의제 합의조차 못했기 때문에 또다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할 경우 NPT체제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

우선 북핵 문제는 이날 전격적으로 이뤄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방중과 맞물려 회의 초반 뜨거운 관심사가 됐다.

북한은 2003년 NPT 탈퇴 선언 뒤 두 차례 핵실험을 강행한 바 있다. 따라서 NPT 임의탈퇴 방지 방안 마련 차원에서도 북핵 문제가 회의에서 자주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NPT 체제 및 6자 회담 복귀, 핵 비확산 관련 국제규범 준수를 촉구하는 국제사회의 일치된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북한 대표단은 NPT를 탈퇴한 상태라 회의에 참석하지 않는다.

이란 핵 문제는 이번 NPT 평가회의의 최대 하이라이트다. 미국과 이란의 뜨거운 기 싸움이 예상된다. 이란의 경우 외무장관 대신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미국은 차관보급 대신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대표 선수로 출전했다. 대표단의 격을 높이면서까지 정면 승부에 나선 것이다. 개막 연설도 아마디네자드 대통령 바로 다음에 클린턴 장관이 한다.

이란은 회의기간 동안 “이란의 핵 개발은 NPT 제3조에서 보장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해당한다”며 정당성을 피력할 방침이다. 반면 미국은 이란에 대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수용, NPT 의무 이행을 압박할 예정이다. 특히 미국 대표단이 이란을 압박하기 위해 자국의 핵무기 보유량을 전격 공개할지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중동 비핵지대 창설은 1995년 6차 회의 때 결의된 사안이다. 아랍 비동맹국가뿐 아니라 미국도 지지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의 강력한 반대에 부닥쳐 이번에도 합의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미국으로서도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으로 알려진 이스라엘을 압박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한마디로 대부분 사안이 미국의 핵 안보정책과 관련 있기 때문에 이번 회의가 합의문 도출 등 성공적으로 막을 내리려면 미국의 역할과 조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핵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핵 안보 이니셔티브’가 또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