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지방선거 D-29] 한명숙 ‘몸사리기’… 藥될까 毒될까
입력 2010-05-03 18:51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을 바라보는 민주당의 표정이 어둡다. 치열한 TV토론과 극적인 후보 단일화 등으로 한나라당 경선이 주목을 끌고 있는 반면 민주당의 경우 후보 간 TV토론마저 생략된 ‘무늬만 경선’이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이계안 전 의원은 3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단 한 번의 TV토론도 없는 ‘100% 국민여론조사 경선’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경선에 참여는 하겠지만 TV토론이 없는 데 대한 불만이 담겨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의 서울시장 후보 경선은 TV토론 없이 한명숙 전 총리와 이 전 의원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 방식으로 치러지게 됐다.
당장 민주당 내부에선 한 전 총리 측의 몸 사리기와 지도부의 지나친 감싸기로 초반 주도권을 한나라당에 내줬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당내 비주류 측 인사는 “경선을 공정하게 관리해 역동적인 경선을 만들고, 강한 후보와 강한 민주당을 만들어 지방선거 승리를 이끌어야 할 책임을 지도부가 기피한 것”이라며 강하게 질타했다. 정치컨설팅 민기획의 정찬수 이사는 “모든 후보에게 공정한 경쟁 기회가 주어지는 당내 민주주의가 실현되지 못했다”고 지적한 뒤 “한 전 총리 측은 실질 경선을 통해 수년간 서울시장을 준비한 이 전 의원의 자산까지 함께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고 말했다.
반면 TV토론을 배제한 것이 ‘민주 대 반민주’ 구도로 지방선거를 치르겠다는 당 전략 자체를 흐트러뜨릴 수 있는 위험을 줄이는 고육책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나라당이 벌써부터 친노(親盧) 인사에 대한 네거티브 전략으로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당내 경선과정을 통해 본선 상대에게 공격 빌미를 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당 관계자는 “당내 경선이라지만 정책보다는 상대 약점을 공격할 수밖에 없다”며 “압도적 승리가 예상되는 만큼 노출 자체를 줄이는 것도 전략”이라고 말했다. 오세훈 시장이 과거 서울시장 후보시절 짧은 기간 돌풍을 일으킬 수 있었던 배경 중에는 최대한 노출빈도를 줄이는 전략도 포함돼 있었다는 점도 예로 들었다.
한 전 총리 캠프는 또 재판 때문에 준비 시간이 짧았던 만큼 경선에 투입하는 에너지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 전 총리 측은 “이번 선거는 한명숙 대 오세훈 대결 구도보다는 민주 대 반민주, 한명숙 대 이명박 정부, 한명숙 대 검찰 구도로 끌고 가야 하는 만큼 당내 경선보다는 하루라도 더 본선 준비에 매달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