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총장 후보 선거 오연천 교수 1위… 임기중 법인화 땐 막강파워

입력 2010-05-03 21:48

제25대 서울대 총장 임용후보자 추천을 위한 선거에서 행정대학원 오연천(59) 교수가 과반수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다.

서울대 총장후보선정운영위원회(위원장 이준규)는 신임 총장 선거 개표 결과 오연천 교수가 52.3%의 득표율로 1위를 기록했다고 3일 밝혔다. 교수(1인 1표)와 교직원(1인 0.1표)들로 구성된 선거인단으로부터 합계 880.3표를 얻은 오연천 교수는 634.6표(37.6%)에 그친 물리·천문학부 오세정(57) 교수를 2위로 따돌렸다. 스폰서검사의혹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법학부 성낙인(60) 교수는 163.8표(9.7%)를 얻었다.

서울대는 다음달 19일 이전까지 1, 2위 득표자인 오연천 교수와 오세정 교수를 교육과학기술부에 총장 후보로 추천할 계획이다. 교과부 장관이 이 가운데 1명을 제청하면 이명박 대통령이 임명한다. 최다 득표자가 아닌 후보가 서울대 총장에 임명된 예는 지금까지 없었다.

오연천 교수는 대통령의 임명을 받으면 오는 7월 20일부터 4년간의 임기를 시작한다. 오 교수는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대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행정대학원장과 정보통신정책심의위원장, 한국산업기술평가원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오 교수가 총장에 임용되면 교수·교직원 선거를 통해 선출되는 마지막 서울대 총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의 임기 중에 서울대가 법인으로 전환되면서 현행 선거방식이 폐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신임 총장은 서울대 법인의 초대 이사장을 겸하게 돼 과거 총장보다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

우선 신임 총장은 서울대 운영에 관한 주요 사항을 의결하는 이사회의 수장이 된다. 법인 이사장을 겸직하면 차기 총장과 이사회 임원 선임에도 관여하게 된다. 재정 운용에 대한 책임도 커지게 된다.

오 교수는 당선 직후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서울대는 양적 성장에서 질적 발전을 위한 학문적 성숙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법인화 전환을 계기로 연구와 교육, 복지와 행정, 사회봉사 등 5가지 부문에서 10개 실천과제를 설정해 추진하겠다”며 “기초학문연구, 한국학연구, 연구기자재 확충을 지원하기 위해 2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또 국내 박사가 학문의 중심이 되는 ‘자랑스러운 서울대 박사’ 프로그램을 개발, 특별장학금과 기숙사 입주 등 종합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번거롭고 비효율적인 대학 행정 체계를 개선한 E-캠퍼스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현 정부 출범 뒤 공기업선진화추진특별위원장을 지낸 오 교수는 서울대의 운영 예산을 매년 20%씩 늘려 현재의 2배인 2조4000억원으로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세종시 제2캠퍼스에 대해서는 “연구기관의 새로운 설립은 가능하지만 기존 교육단위의 이전은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