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南北악재에 설상가상… ‘경색 장기화’ 불가피

입력 2010-05-03 18:40

남북관계 어떤 영향 미칠까?

천안함 사건으로 남북관계에 긴장감이 흐르는 상황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중국행을 택했다.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최대 관심사로 부상했다.

현재 남북관계의 악재는 한둘이 아니다. 천안함 사고에다 금강산 부동산 동결 및 관리 인력 추방 결정 등 북한의 몽니도 여전하다.

우리 정부로서도 ‘당하고만 있을 수 없다’는 국내 보수 목소리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대북 온건론자들의 입지도 점점 줄어들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의 방중 이벤트가 남북관계에 극적인 전환을 가져올 것으로 믿는 전문가는 별로 없다.

김 위원장은 일단 중국에 천안함 사건에 대한 자신들의 결백을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이어 천안함 사건과 관련한 국제사회의 제재에 중국이 동참하지 말아줄 것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위원장은 국제사회의 경제적 압박에 대비해 중국의 대북 인도적 지원과 북·중 경협 강화를 얻어낼 가능성이 크다.

김 위원장이 중국 설득에 나선다면 우리 정부와의 기싸움은 불가피해 보인다. 우리 정부는 천안함 사건이 북한 소행으로 결론 날 경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하고 국제사회의 실효성 있는 대북제재를 끌어낸다는 방침이다. 북한 제재에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의 도움은 필수적이다.

그래서 이번 방중이 우리 정부의 국제적 대응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 정부가 북한 소행임을 입증할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중국이 대북 제재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김 위원장이 중국에서 천안함 사건과 무관함을 강조할 경우 남북관계는 더욱 경색될 것으로 보인다. 또 남과 북의 편가르기가 한반도를 넘어 국제사회로 확대될 우려도 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방중이 이런 미묘한 시점에 굳이 중국을 방문한 것은 막혀 있는 남북관계에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는 희망 섞인 분석도 없진 않다.

특히 중국은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원치 않고 있다. 오는 10월 31일까지 진행되는 상하이 엑스포와 11월에 열리는 광저우 아시안게임 등 국가적 대사를 앞둔 중국으로선 북한에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행위의 자제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또 천안함 사건에 결정적 증거가 나오지 않을 경우 중국이 천안함 사건과 별개로 6자회담 재개 노력을 주도하고 미국이 동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여기에 위기를 직감한 김 위원장이 남북관계에 획기적인 전환을 가져올 수 있는 과감한 승부수를 띄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