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김정일, 한·중 정상회담 사흘만에 중국 간 이유는

입력 2010-05-03 22:10

천안함 국제공조 흔들기?

中 태도 애매… 정부 부담


이명박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30일 세계 엑스포 대회가 열리는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후 주석은 회담에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訪中)을 언급하지 않았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3일 “중국 측은 김 위원장의 방중 사실을 우리 측에 얘기하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중국이 우리에게 알려줄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알려주지 않는 것이 외교적 결례는 아니다”고 말했다. 한·중 정상회담 3일 뒤 김 위원장이 탄 특별열차가 북·중 국경을 넘었다.

김 위원장의 방중은 미묘한 시기에 이뤄졌다. 천안함 침몰 원인이 정확히 드러나지 않은 시점에, 한국이 중국에 천안함 대응에 대한 협조를 요청하는 와중에, 한국과 미국이 ‘선(先) 천안함 원인 규명, 후(後) 6자회담 재개’ 입장을 정리하고 국제적 협조를 구하는 시기에 이뤄졌다.

정부와 청와대가 김 위원장의 방중을 우려스럽게 바라보는 이유도, 이러한 시기와 정세 때문이다. 현재 청와대와 정부의 공식 입장은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복잡한 기류가 느껴진다.

익명을 요구한 청와대 관계자는 “김 위원장과 후 주석의 회담 결과나 김 위원장의 발언에 따라 우리에게 곤란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천안함 공격을 부인하고 6자회담 복귀 의사를 피력할 경우, ‘미국과 중국의 협조를 통한 대북 제재’라는 우리 정부의 시나리오가 틀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은 6자회담 의장국이자, 북한과는 혈맹관계임을 공언해왔다. 그래서 중국이 어떤 태도를 취하든, 김 위원장 방중이 우리에게 유리한 측면은 별로 없어 보인다.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는 이 같은 우려를 공개적으로 표출했다. 정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천안함 사태 와중에 중국이 김 위원장의 방문을 받아들인 데 대해 실망스럽고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또 “중국 지도부는 김 위원장에게 우리의 우려와 분노를 분명히 전달해야 한다. 중국이 확실한 태도를 취할 것을 기대한다”고도 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방중 이전부터 천안함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중국 측에 전달해 왔다”며 “중국이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6자회담에 대해 언급하더라도 무리하게 6자회담을 밀어붙이지는 못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정부 관계자도 “중국이 전통적으로 북한에 대해 ‘큰형님론’을 견지해 왔으나, 이번엔 무조건 북한 편을 들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