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4일 北·中 정상회담…김정일, 다롄서 1박

입력 2010-05-04 01:01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3일 중국을 방문했다. 2006년 1월 이후 4년여 만이며, 이번이 5번째다.

베이징의 고위 대북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탑승한 특급열차가 오전 5시20분(현지시간)쯤 북한과의 접경인 중국 단둥(丹東)역에 도착했다”면서 “곧바로 다롄(大連)으로 이동해 하루를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AFP통신과 일본 교도통신 등 외신들도 현지 소식통들을 인용, 김 위원장의 방중 사실을 확인했다.

김 위원장이 탑승한 특별열차는 17량짜리 여객 열차로 단둥역에 잠시 정차해 기관차만 교체한 뒤 30여분 만에 다시 출발했다. 하지만 그 뒤 김 위원장이 이 특별열차를 계속 이용했는지, 승용차로 바꿔 이용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현지 한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대형 리무진을 타고 단둥에서 다롄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롄까지 특별열차로 이동하고, 이후 호텔까지만 리무진으로 이동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오후 2시30분쯤엔 다롄시내 중심가에 있는 푸리화(富麗華) 호텔 로비에서 김 위원장의 모습이 목격됐다. 곱슬머리에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인민복을 입은 김 위원장이 수행원들에게 뭔가를 지시하는 듯한 모습이 일부 방송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또 2008년 8월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아직 건강을 회복하지 못한 듯, 김 위원장이 한쪽 다리를 절며 걸었고, 수행원이 부축하는 장면이 목격됐다고 일본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다롄 방문은 북한이 개발 중인 나진항 건설 계획을 비롯한 북·중 경제협력 및 대북 투자문제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김 위원장 일행은 다롄시내 자동차 공장과 항만 시설 등을 둘러본 뒤 다롄항 앞바다의 작은 섬 리조트인 방추이다오로 이동해 만찬에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만찬에는 일부 중국 고위 인사들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이르면 4일 다롄을 출발, 선양(瀋陽)을 거쳐 베이징에 도착한 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교착상태의 6자회담 재개 문제와 경제 지원, 천안함 침몰 사건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에 3남 정은이 수행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교도통신은 김 위원장 영접에 참석한 지역 관계자를 인용, 김정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반면 김정은이 극비리에 김 위원장을 수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있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