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방중] ‘천안함 사건’ 부인할까 침묵할까… 북·중 정상회담 예상 4대 의제
입력 2010-05-03 18:30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으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의 북·중 정상회담이 4년 4개월 만에 열리게 됐다. 북한이 두 차례의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장기간 열리지 않았던 만큼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천안함 사태와 북핵 6자회담 재개, 양국 간 경제원조, 김정은 후계체제 등 다양한 의제가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① 천안함 사태
한국의 천안함 침몰은 다급해진 김 위원장을 중국으로 끌어내는 촉매제가 됐다는 분석이 많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중국의 거듭된 초청에도 불구하고 방중 일정을 마지막까지 미뤄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대북 소식통은 3일 “천안함 침몰의 북한 연루설이 불거지면서 대외적으로 고립된 김 위원장이 천안함 연루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면서 혈맹인 중국의 협조를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중국이 천안함 문제에서 남측의 손을 들어주거나 최소한 중립적인 자세만 유지하더라도 북한은 국제적인 고립 상태에 빠지게 된다.
다만 김 위원장 입장에서 껄끄러운 의제인 천안함 문제를 양 정상이 회담에서 거론하지는 않을 것이란 반론도 강하게 제기된다. 북한이 이미 외교 경로를 통해 천안함 사태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을 전달했을 것이고, 중국이 이를 받아들였기 때문에 김 위원장의 방중이 성사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② 쁆자회담 재개
일단 김 위원장의 방중으로 2008년 12월 6자회담 결렬 이후 17개월 동안 표류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는 6자회담은 새로운 동력을 얻을 가능성이 커졌다.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은 이미 북·미 대화→예비회담→본회담의 3단계 수순을 6자회담 관련국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에 비해 북·미 양국 간 분위기는 호전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특히 북한이 지난달 21일 외무성 비망록을 통해 “핵무기를 필요 이상으로 과잉 생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게 3차 핵실험 자제 의사로 읽히면서 미국의 호응을 불러왔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과 다이빙궈(戴秉國) 중국 국무위원이 지난달 30일 전화 통화를 통해 6자회담 재개를 논의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
김 위원장이 정상회담에서 6자회담 복귀에 대해 전향적인 발언을 내놓을 경우 6자회담은 북·미 대화를 거쳐 다음달 중순쯤 개최가 가능하다는 전망이 벌써부터 제기된다.
③ 대북 경제 원조
북한은 화폐개혁 실패 이후 내부 경제난이 극심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남측에서 두 해 연속 쌀·비료 지원이 중단됐고, 지난해 말 단행한 화폐개혁도 북한 경제에 된서리를 안겼다는 평가다. 두 정상이 식량과 에너지 지원, 대북 투자 등 이른바 경제원조 문제를 활발하게 논의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정철 숭실대 교수는 “최근 공개된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의 100억 달러 유치 계획이 성공하려면 중국의 투자가 반드시 수반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강성대국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는 2012년까지 평양시 도시 현대화와 경제 인프라 구축을 마치기 위해 외자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005년 후 주석의 방북 때 약속해 건설해준 대안친선유리공장과 같이 인민생활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경공업 공장도 북한이 중국의 지원을 기대하는 부분이다.
④ 김정은 후계 지지
김 위원장이 아직까지 후계자로 알려진 3남 정은을 동행하고 있는지는 확실치 않다. 하지만 2012년 10월로 예상되는 제18차 당대회에서 중국 5세대 지도부를 구성해야 하는 후 주석이나 2008년 8월 뇌졸중 이후 건강에 자신감이 떨어진 김 위원장이 후계 문제를 언급하면서 북·중 관계를 차세대까지 발전시켜 나가자고 다짐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특히 김 위원장이 이번 방중의 첫 방문지로 다롄(大連)을 선택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다롄은 중국의 혁명 원로 보이보의 아들인 보시라이 충칭시 당 서기가 90년대 시장과 당 서기로 성공적으로 개발한 도시”라며 “정은에게 충분한 시사점을 줄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안의근 기자 pr4p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