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방중-전문가 분석] 한반도 정세 어디로… “北, 6자회담에 전향적 자세 보일 듯”
입력 2010-05-03 18:27
전문가들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이 두 가지 측면에서 중요한 단초를 마련할 것으로 분석했다. 북한의 6자회담 복귀 문제, 천안함 침몰 사고와 관련한 중국의 지원 여부가 그것이다.
이번 방중을 통해 북한은 6자회담에 대해 전향적인 자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되며, 의장국으로 회담 재개에 공을 들여온 중국은 천안함 문제와 관련해 북한의 입장을 두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다수 전문가들은 6자회담과 천안함을 분리해 접근하는 ‘투 트랙’ 전략이 필요하다고 우리 정부에 조언했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김정일의 방중은 예상돼 온 사안이다. 지난해부터 북한은 외부환경 정비를 해 왔다. 미국 여기자 체포 건으로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을 불러들였고 조문 외교사절을 보내 이명박 대통령과도 이야기를 나눴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방북도 있었다.
천안함 사건으로 이 같은 상황 조성에 변수가 발생했지만 북한은 경색국면이 오래 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 것 같다. 중국이 김정일의 방중을 받아들였다는 것에도 주목해야 한다. 중국은 ‘위기의 관점’에서 ‘대화의 관점’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중이 있는 것 같다. 화폐개혁 이후 북한의 상황이 심각한 것으로 우려하고 있는 것 같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지연되는 것도 중국으로서는 부담이다. 우리 정부로선 고민이 되겠지만 천안함 사고 원인 규명과 6자회담 추진을 병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용현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교수=김정일의 방중 자체가 당장 6자회담 재개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대화 분위기 마련의 모티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의 입장은 북한이 6자회담에 대해 유연하게 나올 때 이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한국과는 온도차가 있을 수 있다. 5월 말이나 6월 초쯤에는 6자회담 재개 분위기가 구체화될 수도 있다고 본다.
남북관계는 현 국면에서 큰 변화가 있을 것 같지 않다. 다만 정부가 천안함 사건을 너무 앞세울 경우 6자회담에서 뒤따라가는 역할을 하게 될 수도 있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현 경색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북한은 6자회담 복귀 의지를 밝히고 재개 시점은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에 일임, 중국의 중재 역할을 강화하는 데 힘을 실어줄 것이다. 북한은 이미 천안함 사건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밝혔다. 중국에 이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6자회담에 대한 국제적 이해관계는 우리와 다르다. 6자회담을 지연시키고 천안함 사고 원인 규명에 지나치게 중점을 두면 우리 정부 입장만 난처해질 수 있다. 6자회담에 대해 북한이 유연하게 나올 경우 이를 수용하고 천안함 사건은 국제적 기준에서 타당한 증거를 확실히 확보할 때까지는 신중해야 한다.
◇차두현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김정일은 김일성 생일인 태양절(4월 15일), 인민군 창건일(25일) 기념행사가 끝나자마자 방중했다. 가능한 가장 빠른 시간에 중국과 대화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북한은 경제적인 면에서 지난해 원자바오 총리가 약속한 대북 투자와 지원이 시급한 상황이다. 또 천안함 사고 원인이 규명된 뒤 6자회담에 임하겠다는 미국을 설득할 수 있는 곳도 중국밖에는 없다. 중국은 추가적인 강경한 행동은 남북관계 경색은 물론 6자회담 재개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북한에 자제를 촉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과적으로는 한반도 주변 정세에 긴장을 완화하는 효과를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