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방중] 동선 따라 원천봉쇄… 北·中‘초특급 경호작전’ 공조
입력 2010-05-04 01:02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3일 중국 방문은 말 그대로 초특급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다.
김 위원장이 지나간 단둥(丹東)역을 비롯한 중국 지역 곳곳에는 1급 경비체제가 가동되는 등 삼엄한 경비가 펼쳐졌다. 2006년 1월 이후 4년 4개월 만에 김 위원장 방중을 위한 북·중 연합 작전이 재연된 셈이다.
◇단둥역 주변 완전 봉쇄=김 위원장이 탑승한 특별열차가 북·중 우의교(압록강 철교)를 지나 단둥역에 도착한 것은 오전 5시20분(한국시간 6시20분)쯤이었다. 17량짜리 특별열차였다. 검정색 커튼으로 모든 객차의 창문이 가려진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열차는 기관차만 교체한 채 곧바로 단둥역을 빠져나갔다. 과거 방중 때 특별열차 앞뒤에 편성됐던 선행열차와 후행열차는 보이지 않았다. 천정가오(陳政高) 랴오닝(遼寧)성장과 부성장급 간부들이 김 위원장을 영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열차가 단둥역에 머문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단둥역 주변은 사전에 ‘완전 봉쇄’됐다. 오전 4시부터는 북·중 우의교와 단둥역 주변에 수백명의 군인과 경찰이 2∼3븖 간격으로 배치됐다. 물론 주변 도로의 통행과 접근이 전면 차단됐다. 북·중 우의교 주변에는 중국 경비정 6대가 출동하기도 했다. 압록강변에서 철교를 관찰하던 일본 기자 2명은 경찰에 연행됐다가 풀려나기도 했다.
앞서 중롄호텔 등 압록강변뿐만 아니라 단둥 시내 호텔에선 외국인 투숙객을 강제로 내보내는 소동이 빚어졌다.
◇“김정일, 만찬서 중국 고위 인사 접촉”=오전 9시40분쯤 김 위원장이 단둥을 거쳐 도착한 곳은 다롄시였다. 김 위원장 일행으로 추정되는 인물들이 리무진을 포함한 의전차량 20여대에 나눠 타고 다롄 시내 중심가인 푸리화(富麗華) 호텔로 들어가는 게 목격됐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이들 의전 차량에는 앰뷸런스 1대가 동행했고 호텔 주변에는 경찰 차량 30여대가 배치됐다.
김 위원장 일행은 오후 2시30분쯤 차량편으로 외출했다가 오후 4시쯤 돌아왔다. 다롄 시내 자동차 공장과 항만 시설 등을 둘러 본 것으로 전해졌다. 또 오후 5시50분쯤 호텔을 나와 휴양지인 방추이 다오에 있는 국빈관을 방문해 만찬에 참석한 것으로 추측됐다. 리커창(李克强) 부총리, 왕자루이(王家瑞) 공산당 대외연락부장, 류즈쥔(劉志軍) 철도부장 등 중국 고위 인사들과 접촉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만찬 뒤 김 위원장 일행은 푸리화 호텔로 다시 돌아왔다.
다롄의 한 소식통은 “김 위원장 일행이 4일 오후 7시까지 호텔의 신관 전체를 빌렸고, 김 위원장은 총통방(호텔 객실 명칭)에서 머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 일행이 이 호텔에서 하루 동안 숙박했을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NHK는 푸리화 호텔 도착 화면 분석 결과 중국통인 김양건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과 최태복 노동당 비서가 동행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특별열차가 아닌 승용차 또는 미니버스 등을 이용해 다롄시로 이동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오전 2시쯤 북·중 우의교를 통해 다롄 지역 번호판인 ‘랴오(遼)B’로 시작하는 미니밴 6대가 신의주에서 단둥으로 들어오는 게 목격된 데다, 앞서 지난 2일 오후 8시부터는 단둥과 다롄을 연결하는 고속도로 통행이 전면 통제됐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이 베이징을 방문할 경우 도착할 가능성이 있는 베이징 남역은 이날 오후 주요 구간이 통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