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미끼로 예금통장만 ‘꿀꺽’… 넘겨준 통장 사기에 사용
입력 2010-05-03 22:14
충남 연기군에 사는 정영희(가명·여)씨는 지난달 초 황당한 일을 당했다. 신용 등급이 낮아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었던 정씨는 인터넷에서 저신용자 대출 광고를 봤다. 솔깃한 마음에 전화를 걸자 상담원은 정씨의 예금통장과 현금카드를 보내달라고 했다. 거래 실적을 쌓아 신용 등급을 올린 뒤 대출을 해주겠다고 제안했다.
돈이 급했던 정씨는 바로 예금통장 사본과 현금카드를 보냈다. 이튿날 정씨는 은행 현금지급기(CD/ATM)에서 다른 통장에 있는 돈을 찾으려 했지만 출금이 안 됐다. 창구 직원에게 항의하자 “본인 명의 통장에 보이스 피싱(전화금융사기) 피해금 596만원이 입금돼 해당 통장은 지급 정지됐다. 다른 통장도 비대면 인출거래(창구가 아닌 ATM 기기 등을 이용한 거래)가 제한돼 창구 거래만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제야 속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금융감독원은 3일 대출을 미끼로 예금통장, 현금카드를 가로채는 신종 사기가 잇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신규 개설한 예금통장이나 현금카드 감시가 강화되자 오랫동안 쓴 예금통장, 현금카드를 요구하는 것이 달라졌다.
윤창의 금감원 사이버금융감시반장은 “넘겨준 예금통장이나 현금카드가 보이스 피싱, 메신저 피싱에 이용되면 제공자가 형사처벌받거나 사기 피해자에게 피해액만큼 변제해야 하는 등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