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뭉칫돈 2010년 들어서만 27조원… 채권시장 ‘글로벌 핫머니’ 경계령

입력 2010-05-03 18:12


채권시장이 뜨겁다. 외국인 매수세가 급격하게 몰리고 있다. 외국인은 올 들어 27조원이 넘는 뭉칫돈을 쏟아 부었다. 외국 자금의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자 금융당국은 글로벌 핫머니(투기적 이익을 좇아 국제 금융시장을 이동하는 단기 부동자금) 유입을 우려하고 있다.



◇27조1852억원=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외국인이 우리 채권시장에서 기록한 순매수 금액은 27조1852억원에 이른다. 순매수 금액은 지난 1월 6조4569억원, 2월 5조5644억원, 3월 6조7115억원에서 지난달 8조4524억원까지 치솟았다.

외국인의 채권 사들이기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5월 2조7056억원에 그쳤던 순매수 금액은 6월 10조3173억원으로 폭등했다. 이후 지난해 7∼12월까지 외국 자금은 월 평균 5조7000억원이 채권시장에 유입됐다.

지난해 상반기 우리 경제 성장세 등을 확인한 뒤 하반기부터 사들이기 시작했고, 올 들어서는 매수 강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채권 매집이 급격하게 이뤄지면서 2006년 5조원에 불과하던 외국인 보유 채권 잔액은 지난달 70조2792억원까지 뛰었다.

글로벌 자금이 채권시장으로 유입되는 현상은 신흥국 전반에 걸쳐 이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한국시장이 활발하다고 진단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채권이라는 안전자산 선호, 빠른 경제 회복속도,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감안하더라도 단기간에 많은 돈이 몰려들고 있다”고 했다.

◇문제는 핫머니=외국인이 우리 채권시장에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금리와 환율을 축으로 하는 재정거래 이익이 크기 때문이다. 금리가 낮은 달러를 빌려 원화로 환전, 채권에 투자할 경우 국내외 금리 차이를 이용한 차익을 얻을 수 있다. 여기에 원화 가치 절상(환율 하락) 흐름이 이어지고 있어 가만히 앉아 막대한 환차익까지 거두는 것이다.

또 채권금리 상승(채권 가격 하락) 우려감이 적다. 한국은행은 1년 넘게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있고, 당분간 이 정책을 유지할 태세다. 채권시장 규모가 12위권이라 언제든지 물량을 처분하고 현금화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우리 국채가 글로벌국채지수(WGBI)에 편입될 가능성이 높아 외국인 채권 투자금은 계속 들어올 전망이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은 최근 채권시장 동향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채권시장에 들어오는 자금 가운데 단기 환차익을 노린 핫머니가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9일 발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1분기에 외국인 채권 순매수액 가운데 잔존만기 1년 이하 채권(만기까지 남은 기한이 1년 이하인 채권) 순매수액 비중이 60%에 육박한다고 밝혔다. 잔존만기 1년 이하 채권 비중이 높다는 것은 단기 이익을 노린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하반기 사들인 채권 가운데 잔존 만기 1년 이하 채권 비중도 절반을 넘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채권시장이 대외변수에 따라 출렁일 위험이 있다”며 “단시간에 외국자본이 채권시장에서 빠져나가면 채권 금리와 환율이 폭등하는 등 금융시장에 상당한 혼란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