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CK 선교훈련원에 가보니… 강의실서 다져지는 교단 일치·연합
입력 2010-05-03 20:47
“오늘은 대중문화에 대한 강의입니다. 대중문화는 가히 일상을 지배하고 있지요. 대중적 욕망과 소비에 기초한 상업적 소비문화에 대해 우리는 신학적 비판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오늘은 특히 광고와 신학의 대화를 시도하고자 합니다.”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장 강성영 교수의 강의에 80여명 학생들의 눈이 반짝반짝 빛난다. 이곳은 서울 연지동 연동교회 교육관. 학생들은 한신대뿐 아니라 장로회신학대학교, 감리교신학대학교, 성공회대학교, 구세군사관학교, 연세대 신학대학원 등 6개 학교에서 모였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선교훈련원이 주최하는 3기 신학생 연합 공동수업의 첫 날 모습이다. 진정한 에큐메니즘(교회 일치와 연합)을 위해 신학생 때부터의 교류가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지난해 시작된 수업으로 올해부터 장신대가 학점을 인정하는 등 교계에서 호응을 얻어가고 있다.
지난해 5월과 11월에 이은 이번 공동수업의 주제는 ‘지구화 시대의 에큐메니컬 신학’. 앞으로 ‘현대과학의 도전과 기독교’(김기석 성공회대 신대원장), ‘지구화 시대의 성서읽기’(왕대일 감신대 신대원장), ‘에큐메니컬 해석학’(윤철호 장신대 신대원장) 등 강의가 매주 월요일 세 시간에 걸쳐 진행된다.
공동수업은 강의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학술제와 체육대회, 중국 옌지 선교여행 등까지 포함한다. 되도록 많은 기회 속에서 참여 학생과 교수가 스스럼없이 어우러지고, 이에 따라 참가자들 스스로 지속적으로 만날 계기를 찾게 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수업 참가자들은 크고 작은 학술, 친교 모임들을 만들어 계속 교류해 오고 있다.
선교훈련원 운영위원장 조경열(아현감리교회) 목사는 “신학생들이 속한 학교와 교단 내에서만 교육을 받다 보니 교회 연합이 더 어렵다는 생각에 공동 강좌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조 목사는 “교회 연합은 현재 한국교회의 정체를 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과제”라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전도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너희들조차도 연합하지 못하고 싸우지 않느냐’는 시각이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교회가 세상에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 바로 ‘연합’이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조 목사는 신학생 단계에서의 교류가 꼭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학생들은 물론 자발적으로, 타 교단 신학교 강의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으로 참석하고 있지만 신학대 총장과 교수들의 적극적인 권유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그만큼 학교들의 호응이 뜨겁다는 것이다. 장신대는 올해부터 공동수업과 선교여행에 각 1학점씩을 인정하기로 했으며 다음 학기부터는 거의 모든 학교가 학점을 인정할 예정이다. 선교훈련원장 이근복 목사는 “현재 교단 성향을 넘어 여러 신학대들과 논의하고 있는데 긍정적인 반응들이어서 다음 학기에는 더 많은 학교가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