얌전해진 엽기 듀오 “안무·스타일은 계속 웃깁니다”… 4집 ‘환골탈태’로 돌아온 노라조
입력 2010-05-03 21:46
트로트 같은 멜로디와 직설적인 가사가 전매특허인 남성 2인조 ‘노라조’(조빈·이혁)가 4집 ‘환골탈태’로 돌아왔다. 공전의 히트곡 ‘슈퍼맨’의 인상이 워낙 강한 터라 이들의 변한 모습이 쉽사리 떠오르지 않았다. 진짜 환골탈태했을까. 3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만나 확인해봤다.
“타이틀곡 ‘구해줘’는 힘 있는 발라드곡이에요. 빠른 멜로디와 정신없는 가사가 위주인 기존의 스타일을 기억하는 분들에게는 파격적인 변화지요.”
인터뷰 대부분은 조빈(36)이 답했고, 이혁(33)은 조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거나 추임새를 넣었다.
“하지만 안무와 스타일에서는 여전히 ‘노라조스러운’ 특이한 취향은 계속 됩니다. 웃겨주기를 바라는 대중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어요. 허를 찌르는 안무가 나올 겁니다. 점잖은 노래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은 춤이요. 노래는 느린데 안무가 격렬하면 정말 웃기거든요.”
예상은 적중했다. 두 팔과 다리를 쫙쫙 벌리는 ‘11월 11일 11시 11분 댄스’는 애절한 발라드와 버무려지며 묘한 웃음을 자아낸다.
타이틀곡을 제외한 13곡은 패기가 넘치고 장난기가 가득하다. 각종 카레 요리법을 유치한 가사로 풀어낸 ‘카레’, 고시조 ‘황조가’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황조가’ 등은 ‘노라조’의 색깔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힘겹게 살아가는 이들을 격려하는 곡 ‘형’에는 ‘노라조’의 연륜이 묻어난다.
“사람들은 저희에게 ‘엽기돌’이라고 하는데 이제 저희는 평균나이 35세, 30대 중반이거든요. 몇 년 있으면 40대에 접어드니 차라리 ‘불혹돌’이 맞겠네요(웃음). 그래도 이 나이에 ‘돌(Dol)’자가 붙은 것만으로도 영광이지요. ‘엽기돌’이든 ‘불혹돌’이든 우리가 처음이니까 그것만으로도 뿌듯하네요.”
실제로 이들은 ‘마이킹’ ‘고고걸스’ 등 B급을 자처하는 그룹들의 모태가 됐으니, ‘엽기돌 1세대’라 할 만하다. 조빈은 “옛날에는 얼굴이 안되거나 키가 작아서 가수를 못했다. 하지만 우리는 외모가 안 돼도 컨셉만 잘 잡으면 가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세상에 알렸다”고 자평했다.
‘노라조’의 가사에는 유흥을 즐기는 내용이 많아 실제로 두 사람이 술을 즐기고 클럽을 전전하는 사람들로 오해받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로 조빈은 “술은 잘 못하고 담배는 끊은 지 오래됐고, 그나마 쾌락을 추구한 행동은 야동(성인 동영상)을 몇 차례 본 것뿐”이라고 말했다. 절주하기는 이혁도 마찬가지다.
요즘 조빈은 KBS 2TV ‘천하무적 야구단’에서 활약 중이다. 이혁에게는 드라마 쪽에서 섭외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음악 외 분야에도 욕심은 나지만 언제나 중심은 음악”이라고 밝혔다.
“우리의 롤모델은 일본 그룹 ‘차게앤아스카(Chage & Aska)’예요. 실력 있는 싱어송라이터지요. 둘이서 기타를 치고 노래를 하는데 트로트부터 팝까지 분위기가 다양해요. 저희도 ‘노라조’의 색깔은 유지하면서 매번 진화하는 그룹이 되고 싶습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