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묘한 때에 金正日 불러들인 중국

입력 2010-05-03 17:49

한반도 주변 정세에 긴박감이 흐르는 미묘한 시기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중국 방문길에 올랐다. 북·중 지도부가 논의할 의제는 천안함 참사, 6자회담, 3대 세습체제 구축 등으로 압축된다. 김 위원장은 천안함 사태와 관련해 한·미가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 날조한 사건이라고 주장하며, 유엔에서의 협조를 당부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6자회담 복귀를 선언하면서 천안함 참사에 쏠려 있는 국제사회의 이목을 분산시킬 소지도 없지 않다. 천안함 침몰 원인 규명작업이 매듭지어지기 전에 서둘러 방중한 점에서 이런 조짐이 읽힌다.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 정부로서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면이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곤경에서 벗어나고자 달려간 김 위원장을 무작정 감싸는 태도는 곤란하다.

북한 체제는 김일성에 이어 김정일이라는 권력자 1인이 무소불위의 힘을 행사하는 전제주의다. 중국이 흑묘백묘론으로 경제를 부흥시킨 데 반해 북한 정권은 주민들이 기아에 허덕이건 말건 핵보유 야망에 사로잡혀 걸핏하면 국제사회와 대한민국을 협박하고 있다. 시대는 변했지만, 북한 정권의 행태는 바뀔 줄 모른다.

중국 정부는 김 위원장 방중을 계기로 경제지원을 약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한반도에서의 영향력은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중국에게 과연 득이 될지 심각하게 고려할 때가 됐다. G2로 불리는 중국은 그에 걸맞은 자세를 보여야 한다. 북한이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도록 적극 유도하는 일이 첫 번째가 돼야 할 것이다. 6자회담 문제에 관해서는, 천안함 침몰 원인규명 이후에 열자는 한·미·일의 입장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북한의 꼼수를 두둔해서는 안 된다.

내달이면 6·25 60주년이다. 한국전쟁 당시 중국이 소련과 함께 김일성을 도와 한반도를 유린한 것을 우리는 생생히 기억한다. 중공군이 개입함으로써 통일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눈앞에서 놓치기도 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가 중국의 향후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