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김현욱] 오바마의 핵 정책과 한·미동맹
입력 2010-05-03 17:42
오바마 행정부의 핵정책은 비확산, 군축 그리고 핵의 평화적 이용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는 2009년 4월 프라하 선언에서 구체화되기 시작하여 2010년 핵태세검토보고서(NPR)에서 완성됐다. NPR은 핵확산과 핵테러리즘을 주요위협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중국과 러시아 등 기존 핵보유 국가를 그 다음 위협으로 지목하고 있다.
NPR에서 나타나는 중요한 개념 중 하나는 ‘소극적 안전보장’인데, ‘미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 회원국이고 비확산 의무를 준수하는 국가들에 대해서는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들 국가가 핵무기가 아닌 생화학 무기를 사용해서 미국 및 우방을 공격할 경우에도 핵무기가 아닌 재래식 군사력으로 응징할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하지만 NPR은 핵무기를 소유하고 비확산 의무를 준수하지 않는 국가들에 대해서는 그들이 재래식 또는 생화학 무기로 미국과 동맹국들을 공격하더라도 미국은 이들을 억지하기 위해 핵무기를 사용할 것을 단언하고 있다. 이것은 기존에 논쟁이 되었던 핵무기의 선제불사용 원칙이 채택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美 핵우산 통합체제로 운영
이번 NPR은 그동안 미국의 핵우산이 미국의 Triad 핵전략군사력, 비전략적 주둔 핵무기, 그리고 비주둔 핵무기에 의해 제공되어 왔으나, 냉전 이후 이러한 미군의 핵무기는 철수되었다고 언급하고 있다. 요지는 향후 미국의 핵우산이 기존의 핵무기와 함께 미사일방어(MD)체제, 반-대량살상무기(WMD) 능력, 재래식 군사력, 통합지휘통제체제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즉, 미국은 핵억지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것이나, 동시에 재래식 장거리미사일과 탄도미사일방어체제를 사용해서 지역적 억지능력을 강화시킬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핵무기를 사용한 억지력의 약화를 의미할 수 있으며, 따라서 향후 한국에 대한 확장억지력의 약화우려 논란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와 같은 우려는 2012년으로 예정되어 있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계획과도 연관이 된다. 전작권 전환은 ‘한국이 주도하고 미국이 지원’하는 군사지휘체계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이다. NPR에서 나타난 것과 같은 확장억지력의 약화는 미국지원의 약화를 의미할 수 있으며, 이는 북한에 대한 한국의 방어능력 약화라는 결과로 귀결되는 것이다. 또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으로 인하여 한반도에 상주하는 미군의 수는 불명확해질 수 있으며, 이것 역시 한국국민들에게는 방어능력의 약화로 인식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미사일방어체제와 관련하여 한국은 현재 한국형 미사일방어체제(KAMD)를 개발하고 있으며 미국중심의 MD체제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이는 북한에 대한 지나친 자극과 중국과의 관계악화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반면에 일본은 부분적으로 MD체제에 참여하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은 대북한 억지가 주한미군이 아닌 주일미군에 의해 오히려 유효하게 추진될 수 있다는 논리를 가능케 한다.
맞춤형 억지능력 구축해야
따라서 미국과 한국은 확장억지력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세워야 한다. 미국은 2010년 NPR에서 핵무기의 사용과 재래식 군사력, 그리고 미사일 방어체제를 통해 ‘신뢰할 수 있는 억지태세와 능력’을 제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효과적으로 구축하기 위해서 한·미 양국은 맞춤형 억지능력을 구축해야 한다. 이는 미국의 새로운 확장억지능력이 핵우산의 약화가 아닌 효율적인 억지를 위한 새로운 전략임을 증명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러한 맞춤형 확장억지는 한국과 일본에 각기 적용되어야 하며, 이는 단지 핵능력뿐만이 아니라 보다 다양한 군사적, 경제적, 정치적 그리고 법적 요소까지도 고려하는 포괄적 확장억지를 의미해야 한다. 이를 위한 한 부분으로 한·미 양국은 한국형 미사일방어체제와 미국MD체제 간의 상호운용성을 강화하여 보다 통합적인 운용체제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김현욱 (외교안보연구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