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2010 선교대회’ 주강사 맡은 조동진 박사 “사도적 유전자 되찾아라”
입력 2010-05-03 17:11
오는 11일부터 일본 도쿄에서 개최되는 ‘도쿄 2010 선교대회’의 주강사 중엔 현대 세계선교계의 큰 별이었던 고(故) 랄프 윈터 박사를 대신해 강연하는 한국인이 있다. 윈터 박사와 동년배이면서 한국 선교학의 원로인 조동진(86) 박사가 그 주인공이다. 조 박사는 1961년 한국교회 최초로 선교학을 신학교 선택과목 교과과정으로 설치했고 63년 한국교회 최초의 선교대학원인 동서선교연구개발원을 설립해 30년간 1500명 이상의 선교사를 키웠다. 또 같은 해 초교파 세계선교단체인 국제선교협력기구를 설립하고 협력 선교를 강조해왔다.
‘하나님 나라 선교’(Kingdom Mission)를 강조하는 조 박사를 지난달 29일 경기도 화성시 조동진선교학연구소에서 만났다. 그는 한국 선교에 대해 “2만명 선교사 파송 숫자에 도취되지 말고 복음을 전해 받은 현지인이 선교사가 될 때를 기뻐하라”고 주문했다. 최근 한국 선교계에 대한 평가를 부탁하자 “늙은이는 노파심과 걱정이 많다”며 말을 아꼈다.
-‘킹덤 미션’이란 무엇인가요.
“사도적 유전자를 가진 선교다. 곧 예수 그리스도의 지상 명령에 순종해 하나님 나라가 이 땅에서 이루어지도록 하는 일이다. 이는 교세 확장이나 교파 선교, 프로젝트가 아닌 예수 그 자체를 증거하는 일이며 오실 예수를 알리는 일이다.”
-선교에 있어서 협력을 강조하고 계시는데요.
“과거 선교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향하는 일방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쌍방 선교다. 선교 지역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동서양 모두 선교사가 필요하다. 하나님의 선교 자원은 동쪽에도 있고 서쪽에도 있다. 선교는 우리 교회, 우리 단체의 전유물이 아니다. 함께 해야 한다.”
-현재 한국교회의 선교를 진단해주십시오.
“가장 큰 잘못은 한국인끼리 모여 한국식 교회를 세우려 한다는 것이다. 현지인이 원하는 복음을 전하지 않고 우리가 전하고 싶은 복음만 전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선교는 발전 단계에 있지 않고 혼란기에 있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선 사도적인 유전자를 다시 찾아야 한다. 선교의 정의와 목표는 하나님 나라에 있어야 한다.”
-최근 한국형 선교를 세계 교회에 제시하려는 논의가 많습니다.
“한국교회 선교 100년에 대한 진단과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 솔직히 말해 2만명이 넘는 선교사들이 파송돼 있지만 이들 중에 ‘킹덤 미션’에 입각해 활동하는 사람들은 숲에서 바늘 찾기처럼 힘들다. 선교는 자기만족이나 파송교회를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것이다.”
-존경하는 선교사가 있다면 누구인가요?
“선교사는 각 국가나 문화에 대한 전문가라고 생각한다. 한국 선교사들의 가장 큰 약점은 교사 콤플렉스다. 배우려 하지 않는다. 훌륭한 선교사는 배우는 사람이다. 나는 한국에 와 성경을 번역했던 존 로스 목사를 가장 존경한다. 그는 한국에 도착해 4∼5년은 공부만 했다. 사서삼경을 비롯한 유교를 공부했고 도교와 불교를 배웠다. 유불선의 영향 속에 있던 한국인을 위해 치밀하게 준비했던 것이다. 선교사 중에는 미국 가서 공부하려는 사람은 많지만 현지에서 공부하려는 사람은 적다. 선교사가 오리지널 자원을 갖고 공부해야지 왜 다른 데서 공부하는가.”
-21세기 기독교 선교의 최대 장벽으로 불리는 이슬람권 선교에 대해 조언해주십시오.
“중요한 것은 현지 기독교인들이 선교하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이슬람 선교가 쉽다. 이슬람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코란도 읽지 않은 채 이슬람 선교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슬람 선교는 힘의 대결이 아니다. 그들의 믿음과 문화를 존중하면서 대화하는 길을 만들어야 한다. 서구처럼 이슬람을 무조건 테러와 연결지어서는 선교가 어려워진다. 흑백 구분이 아니라 그들과의 유사성이 무엇이며 다른 것은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를 연구해야 한다. 방법이 달라져야 한다.”
글·사진=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