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태수의 영혼의 약국(55)

입력 2010-05-03 10:39

‘바보’가 되려는 거지 뭐!

로베르토 베니니가 주연한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캐릭터는 ‘바보’입니다. 죽음이 임박한 가운데서도 유대인 강제수용소에 있는 어린 아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 점수 따기 놀이를 멈추지 않는 천진한 역할이었습니다. 말이 천진이지, 실제로는 똑똑하게 사는 것보다 바보로 사는 게 훨씬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역설로 말하는 것입니다.

‘바보’는 호주의 신학자 마이클 프로스트를 따라다니는 화두입니다. 그는 ‘바보 예수’라는 책에서 예수의 혁명적인 삶을 ‘바보’라는 두 음절로 요약합니다. 개인의 이기심과 사회의 위선을 무장해제하는 힘은 바보가 지니는 단순성, 정직성, 순진성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입니다. 예수가 위대한 힘을 지녔던 것은 바보였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지금은 자주 가지 않지만, 갈 수도 없지만, 가수 이남이씨가 춘천에서 한동안 노래방을 운영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는 지금 고인이 되었습니다. 나는 그가 살아 있었을 때 운영하던 노래방의 단골이었습니다. 단골로 ‘드나들었다’는 말이 아니라 그저 ‘단골’이었습니다. 다른 여타의 노래방을 가는 행위에 대해서 유독 그 노래방만 갔다는 뜻입니다. 내가 거기 가면 의당 이남이씨가 나와서 ‘울고 싶어라’와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라는 노래를 불러 주었습니다. 그 노래를 얼마나 많이 들었던지 아니 좋아했던지, 어느 주일 날 나는 설교를 하다 말고 ‘울고 싶어라’를 설교단 위에서 불렀던 적이 있습니다. 내가 그의 노래를 그토록 좋아했던 까닭은, 바보 같은 목사로 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아니, ‘바보 목사’가 더 옳겠습니다.

감리교 일영 연수원(SWE)과, 춘천(EWE), 인천(CWE)에서 <엠마오 영성훈련>이라는 신앙 프로그램을 합니다. 수년 전부터 이 일에 집중하다 보니 어떤 이들은 내가 아예 교회 일을 집어치운 줄 압니다. 그러면서 슬그머니 묻지요. “엠마오 가는 길, 그거 뭐하는 거요?” 당신에게 ‘영성’이란 단어가 어울리기나 하느냐는 듯이 들립니다. 그럴 때마다 내가 나에게 물어보죠. ‘그래, 내가 뭐 하러 영성훈련을 하는 거지? 그리고 그거 해서 어떻게 하자는 거지?’ 한참 만에 내가 나에게 답을 내 놓습니다. ‘바보’가 되려는 거지 뭐! 예수처럼 ‘바보’처럼 살려는 거지 뭐!

<춘천 성암감리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