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재건축 수주 ‘복마전’… 대형 건설사 뛰어들어 금품·향응 수요자에 고분양가 부메랑될 우려

입력 2010-05-03 00:30

재건축 아파트 시공권을 따내기 위한 건설업계의 수주경쟁이 복마전을 방불케 하고 있다. 주택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건설사들이 신규 사업 대신 수익이 보장된 재건축·재개발 사업으로 몰리면서 조합원을 상대로 한 금품수수와 각종 향응 등 물량공세를 펴고 있다.

지난 1일 서울 고덕동 배재고 강당에서는 재건축 시공사 선정을 위한 고덕주공 2단지 아파트 조합원 총회가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조합원들과 입찰 참여 건설사들이 동원한 경호업체 직원들, 건설사들의 입찰 제시안에 반대하는 비상대책위원회 측 조합원들 간 충돌이 빚어지면서 결국 성원 미달로 무산됐다.

4000여가구 조합원 2771명 규모인 고덕주공 2단지는 2003년 GS건설·삼성물산 컨소시엄이 시공업체로 선정됐다. 하지만 조합 설립 이후 시공사를 선정토록 관련 법규가 바뀌자 대림산업과 코오롱건설이 추가로 뛰어들면서 현재 건설사 4곳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중 한 건설사는 조합원 총회 개최 2개월 전에 대의원과 인근 부동산 중개업자 등 5명에게 50만원권 백화점 상품권을 1인당 10장씩 모두 2500만원어치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업체 측은 “대가성이 아니라 관행상 재건축 아파트 홍보활동 차원에서 제공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달 중순 시공사 선정을 위한 총회를 열 예정인 인근 둔촌주공도 비슷한 상황이다. 현대·GS·롯데건설 컨소시엄과 삼성물산·대림산업·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 등 대형 건설사들이 조합원들에게 식사와 향응 등 접대 공세를 펼치는 것은 물론 조합 간부들을 백화점에 데려가 물건을 고르게 한 뒤 계산해주는 ‘묻지마 쇼핑’을 제공했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사 간 경쟁은 결국 조합원과 수요자들에게 고분양가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