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변동 일어나는 세계 휴대전화 시장… 림·애플 ‘쑥쑥’ 모토로라 ‘뚝뚝’

입력 2010-05-02 19:49


스마트폰 전문업체가 급부상하면서 세계 휴대전화 시장의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블랙베리’ 제조사인 림(RIM)은 노키아, 삼성전자, LG전자에 이은 4위로 뛰어올랐고 ‘아이폰’을 내세운 애플도 모토로라를 제치고 5위권 진입을 노리고 있다. HP를 비롯한 PC 업체도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면서 기존 휴대전화 제조사들을 위협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1분기 림이 1060만대의 블랙베리를 팔아 1050만대에 그친 소니에릭슨을 제쳤다고 2일 밝혔다.

림의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730만대에서 45.2%나 늘어난 반면 소니에릭슨은 전년 1450만대에서 27.6% 줄었다. 림의 도약으로 기존 휴대전화 ‘빅5’에서 모토로라가 밀려났다.

지난해 1분기 1470만대에서 올해 850만대로 판매량이 42.2% 급감한 모토로라는 애플에도 추월당했다. 애플은 전년 380만대의 2배가 넘는 880만대의 아이폰을 팔아 6위에 올랐다. 곧 소니에릭슨마저 따라잡을 기세다. 다음달쯤 나올 아이폰 차세대 모델이 애플의 고공행진 속도를 더욱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빅2’인 노키아와 삼성전자는 각각 전년보다 15.6%, 40.4% 증가한 1억780만대, 6430만대의 판매고를 올려 양강체제를 유지했다. 하지만 노키아의 아성은 예전 같지 않다. 판매 대수는 늘었지만 평균판매단가(ASP)는 62유로로 전년 동기보다 2유로 하락했다. 떨어지는 수익성을 저가 제품의 공급 확대로 메우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삼성전자는 ASP가 소폭 오르는 등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 휴대전화의 성장세 지속 여부는 앞으로 나올 스마트폰 라인업이 얼마나 성공하느냐에 달린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독자개발 운영체제(OS) ‘바다’를 처음 적용한 ‘웨이브’에 대한 통신사업자들의 반응이 뜨겁다”며 “올해 출시하는 스마트폰의 3분의 1을 바다폰으로 가져가겠다”고 밝혔다.

3위 LG전자는 위태로운 상황이다. 1분기 판매량은 2710만대로 전년 대비 20%가량 늘었지만 영업이익률은 0.9%에 그쳤다. 스마트폰 등 고가 제품 라인업이 부진한 탓이다.

휴대전화 시장이 스마트폰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가운데 PC 업체들의 시장 가세가 또 하나의 변수로 떠올랐다. 에이서, 델, 레노버 등이 스마트폰 진출을 선언한 데 이어 세계 1위 PC 제조사인 미국 HP가 최근 휴대전화 업체 팜(Palm)을 인수한다고 밝혔다. HP 측은 “팜이 개발한 웹OS가 급성장하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에 공격적으로 뛰어드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인수 배경을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림과 애플의 거센 추격에 고전 중인 기존 휴대전화 제조사들은 HP를 필두로 한 PC 메이커들을 새로운 적(敵)으로 만나게 됐다”고 말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