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름 재앙 확산 4개주 ‘비상’ 선포… 멕시코만 원유 유출 하루 5000배럴 추정
입력 2010-05-02 18:22
미국 멕시코만의 원유 유출 사고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2년 전 한국 서해안에서 발생한 유조선 기름 유출 사고는 물론, 미국 최악의 사고였던 1989년 엑손발데즈호 사고 때보다 피해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기름띠가 해안까지 밀려오자 앨라배마주와 미시시피주가 1일(현지시간)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비상사태 선포 주는 루이지애나, 플로리다주 등 모두 4개 주로 늘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일 사고 지역을 방문하고 사고원인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지시했다.
◇최악의 원유 유출 사고 가능성=해안경비대 사고대책본부는 사고 이후 원유 유출량이 하루 5000배럴(약 800㎘)이라고 추산했다. 석유시추시설 폭발이 일어난 지난달 20일 이후 유출량은 9000㎘ 가까이 된다. 많게는 하루 5만 배럴이 유출된다고 추정하는 이들도 있다.
테드 앨런 해안경비대 사령관은 “원유 분출구멍이 수면 밑 1.6㎞ 지점이어서 어느 누구도 유출량을 정확히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이 분출 구멍에 마개를 덮는 작업에 실패할 경우 최종 수습까지 짧게는 3주에서, 길게는 2∼3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총 유출량이 얼마나 될지 가늠하기조차 힘든 상황이다.
89년 알래스카 프린스윌리엄 해협의 엑손발데즈호 사고 때는 모두 4만1000㎘가 유출됐고, 2007년 한국의 서해안 기름 유출 사고 땐 1만2547㎘였다.
당장 우려되는 건 수면 위로 떠오른 기름띠의 확산이다. 지난 이틀간 확산 규모는 3배로 늘었다. 한스 그라버 마이애미대 교수가 인공위성 사진을 분석한 결과, 기름띠 넓이가 지난 29일 3000㎢였으나 30일 자정 무렵 9900㎢에 달했다. 기름 유출량이 갈수록 많아지고, 확산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는 는 의미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기름띠가 맥시코만의 강한 조류를 타고 대서양 쪽으로 확산된다면 최악의 환경 참사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름띠 일부는 이미 미국 루이지애나 해안까지 도달했고, 플로리다주를 위협하고 있다.
수면 밑에 떠도는 기름띠는 더 큰 문제다. 로버트 비 UC버클리대 교수는 “현재 보이는 기름띠와 비슷한 양의 원유가 수면 밑에 또 있다고 봐야 한다”며 “이 기름띠를 추적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해저에 박혀 있는 시추 파이프들이 통제불능 상태로 망가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BP는 공식적으로 밝히기를 거부하고 있지만, AP통신은 익명의 이 회사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시추지역의 원유 매장량이 수천만 배럴이라고 보도했다.
◇방제작업 강화=오바마 대통령은 휴일인 2일 현장으로 날아가 방제 작업을 독려하고, 전 국가적 지원을 약속했다. 백악관은 전 행정부가 즉각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 정부는 사고해역에 1900명의 연방정부 인력, 방제선 및 항공기 300여대를 투입해 방제작업 중이다. 미 국방부도 루이지애나주 정부가 방제작업에 6000명에 달하는 주방위군 동원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김지방 기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