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전임자 타임오프 한도 결정… 대기업 노조에 직격탄 中企 전임자는 되레 늘어

입력 2010-05-02 23:21

노사 최대쟁점이었던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한도 협상이 1일 새벽 전격 타결됐지만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 대기업보다 중소규모 사업장 노조활동을 더 배려한 이른바 ‘하후상박’의 원칙을 적용, 7월부터 ‘노조의 슬림화’를 위한 유급 전임노조원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졌다. 이에 따라 노동계의 집단반발 움직임도 거세지고 있다.

사용자 측은 7월부터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근면위)가 의결한 타임오프 한도 내에서만 노조 전임자에게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노조는 전임자 수를 줄이거나 기존의 전임자 수를 유지하려면 임금을 별도 보전하는 자구책을 마련해야한다.

타임오프 한도를 적용할 경우 대기업 노조가 중소기업 노조보다 더 불리해질 것으로 보인다. 노조원 4만명 이상 사업장의 타임오프 한도가 24명으로 줄었고, 2012년 7월에는 18명까지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 최대 규모인 현대차 노조는 물론 다른 대기업 노조도 크게 당황하고 있다. 노조 전임자가 143명인 기아차는 7월 이후 19명, GM대우차는 91명에서 14명으로 각각 줄어들게 된다. 반면 노조원 300명 미만인 중소 규모 사업장의 노조는 0.5명에서 2명까지 유급 전임자를 둘 수 있다.

따라서 대기업 노조 중심으로 전개돼온 노동운동 방식에 지각변동이 불가피해졌다. 1949년 이후 지속돼온 노동운동의 패러다임이 변화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1인당 연간 노조활동 시간을 평균 2100시간으로 잡고 노조원 규모를 5단계로 구분, 최저 1050시간에서 최대 4만8300시간까지 타임오프를 보장해달라고 요구해왔다. 하지만 양노총은 자신들의 요구가 최종 무산되자 ‘절차적 하자’를 들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타임오프 시한 4월 30일을 넘겼기 때문에 근면위 차원의 타임오프 한도 논의는 끝났다”면서 “근면위가 노조를 다시 말살할 수 있는 개악안을 들이밀면 전면투쟁으로 응하겠다”고 선언했다.

반면 경영계는 당초 요구한 원안보다 미흡하긴 하지만 내심 수긍하는 분위기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등 4개 경제단체는 1일 공동성명을 내고 “노동계 반발을 의식해 정치적으로 결정됐다”면서도 “정부가 제도의 본래 취지가 훼손되지 않고 시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여지를 남겼다. 현대차도 “취지에 맞게 잘됐다”며 내심 반기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번 결정으로 대규모 사업장의 전임자 수는 대폭 줄어들지만 중소사업장 노조 전임자는 오히려 더 늘어나게 됐다”며 반발했다.

타임오프제 시행으로 경영활동에 새 전기를 마련했다고 자평하는 경영계와 사업장마다 이해가 엇갈리고 있는 노동계가 노사관계를 어떻게 구축해 갈지 주목된다.

김경호 선임기자 문수정기자 kyung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