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절 질환, 수술 않고 치료하는 법-(下) 척추 질환의 신경주사요법] 허리디스크, 신경주사요법으로 허리 편다
입력 2010-05-02 17:37
그래픽디자이너로 7년째 활동 중인 이모(35·남)씨. 식사시간을 제외하고 모든 업무를 컴퓨터 앞에서 처리해 온 그는 최근 들어 장시간 의자에 앉아 있기가 곤란할 정도로 허리가 아파 회사 근처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검사 결과 ‘허리디스크’라며 수술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이씨는 공동 작업을 하는 동료들에게 부담을 줄까 봐 수술 받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수술할 경우 적어도 1주일은 입원 요양을 해야 하는데다 2∼3개월간은 안정을 취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이씨처럼 수술을 받아야 할 처지이지만 척추에 칼을 대기가 겁나 고민하는 요통 환자들이 적지 않다. ‘수술은 최후의 수단’이란 생각이 앞서고 척추 수술 후에도 통증이 여전하며, 드물게는 수술 중 신경을 잘못 건드려 하반신이 마비되는 환자들도 있다는 말을 들은 까닭이다.
이런 환자들에게 안성맞춤의 치료법이 등장해 각광받고 있다. 바로 척추에 칼을 대지 않고도 수술한 것과 똑같은 효과를 볼 수 있는 ‘신경주사요법’이다.
연세사랑병원 척추센터 손준석 원장은 “과거에는 가벼운 디스크질환에도 수술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엔 위험 부담이 있는 수술을 하기 전에 일상생활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환부를 간편하게 제거하는 비수술요법, 즉 신경주사요법을 우선적으로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경주사요법은 크게 ‘신경성형술’과 ‘신경차단술’로 나뉜다.
먼저 신경성형술은 통증을 유발하는 신경 주위에 카테터(가느다란 관 형태의 특수 바늘)를 삽입한 다음 염증을 감소시키는 약물을 주입하는 치료법이다. 통증을 일으키는 신경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또 신경차단술은 척추신경, 말초신경, 뇌신경, 척추신경절, 교감신경절 등에 국소마취제 혹은 염증을 감소시키는 약물을 주사해 제 자리를 벗어난 디스크가 자극하는 바람에 극도로 예민해진 신경을 둔화(?)시키는 치료법이다.
손 원장은 “신경성형술은 시술시간이 30분 내외로, 보통 1회 치료만으로도 효과를 느끼게 된다”며 “따라서 치료 후 곧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하고 허리 디스크 같은 척추질환은 물론 근육통까지 완화시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신경차단술 역시 시술시간은 30분 내외로 시술 후 바로 귀가가 가능해 바쁜 직장인들에게 제격인 치료법이라고 할 수 있다.
신경주사요법은 허리디스크뿐만 아니라 척추관이 좁아져 신경을 압박함에 따라 다리에서 발바닥까지 저리게 되는 척추관협착증과, 운동 또는 작업 중 허리를 삐끗한 급성 요통 환자의 치료에도 효과적이다.
그렇다고 신경주사요법이 요통에 관한한 만병통치란 뜻은 아니다. 치료 후 재발을 막기 위해 허리 근력을 키워주는 운동치료를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 척추관절은 붙드는 힘(근력)을 키워야 외부 충격에 견딜 수 있기 때문이다.
허리 근력을 강화하는 운동으로는 빨리 걷기가 가장 권장된다. 치료 후 허리에 무리를 주는 작업도 당분간 피해야 한다. 손 원장은 “업무상 불가피하게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될 때는 30∼40분 작업 후 10∼15분간 편안한 자세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