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펀드” 위장→주가조작→57억 꿀꺽… 檢, 국제금융전문가 등 31명 기소

입력 2010-05-02 23:24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검사 유상범)는 2일 해외자본이 국내 기업에 투자한 것처럼 꾸며 주가를 조작하고 거액을 챙긴 혐의(증권거래법 위반 등)로 국제금융 전문가 문모씨 등 4명을 구속기소하고, 27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문씨는 2008년 7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홍콩계 펀드 P사와 조세 회피지역인 브리티시 버진아일랜드에 세운 사모펀드 M사 등을 이용해 7개 코스닥 기업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거나 주식을 매수해 주고 원리금을 보장받는 방식으로 모두 57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문씨는 국내 코스닥 기업의 대표들과 짜고 시세를 조종하는 대가로 이들로부터 투자 원금은 물론 이자까지 돌려받는 방식의 사실상 대부 계약을 체결하고 주가 조작에 나섰다. 문씨는 지난해 5월 P사와 M사 명의로 제조업체인 S사의 공모증자에 참여, 50억원 상당을 공모 첫날 납입했다. 해외펀드의 주식 대량 매수로 9일 만에 해당 주가가 700원에서 1045원으로 폭등하자 문씨는 배정받은 주식을 전량 처분해 27억여원의 시세차익을 올렸다.

2008년 7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는 벤처회사 주식 305억원어치를 사들인 뒤 주가조작을 하며 18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얻었다. 문씨는 코스닥 등록업체 대표들과 11차례 약정을 맺고 투자금액의 33%를 현금 담보로 받는 조건으로 421억원 상당을 이런 방식으로 주식 장내매수에 투자했다. 그는 국내 투자자들이 외국인을 따라 주식을 매입하는 심리를 이용해 자신의 ‘페이퍼 컴퍼니’ 창구를 활용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문씨와 짜고 주가를 조작한 코스닥 기업은 7곳인 것으로 조사됐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