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구제금융 협상 타결… “1200억유로 지원”

입력 2010-05-03 01:55

그리스가 사상 최대 규모의 구제금융 지원에 합의했다. 구제금융 규모는 당초 예상보다 3배 가까이 많은 1000억~1200억 유로(약 177조원)라고 크리스틴 라가르드 프랑스 재무장관이 밝혔다.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총리는 2일 긴급 각료회의를 마친 뒤 전국에 생중계된 TV연설에서 “우리는 파멸과 구원의 갈림길에서 선택해야 했다”며 “유럽연합(EU) 및 국제통화기금(IMF)과 구제금융 방안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뤽 프리덴 룩셈부르크 재무장관은 “그리스를 제외한 15개 유로존 회원국이 분담하게 될 몫은 800억 유로이며 나머지 금액은 IMF가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9일 전 거론됐던 300억~450억 유로보다 3배 가까이 많은 금액이다. 1997년 당시 한국의 IMF 구제금융은 302억 달러(약 45조원)였고, 지금까지 가장 많은 액수의 IMF 구제금융은 98~2002년 브라질이 지원 받은 금액이 1097억 달러(약 130조원)였다.

구제금융 규모가 늘어난 것은 EU 국가들이 그리스 지원을 두고 우물쭈물하는 사이 위기가 확산됐기 때문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적했다. 영국 금융회사 BNP파리바의 이코노미스트 켄 워트리트는 “그리스는 몇 달 전만 해도 비교적 적은 규모의 지원으로 정상화할 수 있었다”며 “이제는 다른 나라로까지 위기가 확산되면서 1200억 유로로도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WSJ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재무장관들은 2일 오후 2시(한국시간 밤 11시) 브뤼셀에서 임시회의를 열어 그리스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논의된 내용은 각국 의회에서 최종 인준을 받고 집행된다. 가장 많은 금액을 지원하게 될 독일과 프랑스는 이번 주 안에 인준 절차를 완료할 계획이다.

그리스가 치를 대가는 혹독하다. 2014년까지 300억 유로(약 44조원)의 재정긴축을 약속했다. 이를 위해 소비세를 추가로 인상, 공무원은 2~3개월치 임금에 해당하는 특별보너스 폐지와 3년간 임금 및 신규채용 동결을 이행하기로 했다. 연금 수령 연령은 62세에서 67세로 높아진다. 파판드레우 총리는 “그리스 국민은 커다란 희생을 감수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그리스의 재정 적자는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13.6%에서 3%선으로 크게 줄어든다.

수도 아테네에서는 이에 반대하는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다. 노동절인 1일엔 아테네에서 1만7000명이 모여 경찰에 화염병을 던지고 은행의 유리창을 부수며 거리 곳곳에 불을 질렀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시위에는 젊은이들이 앞장섰다. 커피숍을 운영해온 에밀리 토마이디(29)씨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낸 세금이 다 어디로 갔는지 알고 싶다”며 “우리 부모 세대가 문제를 만들었는데 왜 우리 세대가 책임져야 하나”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