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피플-이수원 쌍용차 기술연구소장] “40여개월 産苦 코란도C 미래 밝다”

입력 2010-05-02 18:48


지난 29일 부산국제모터쇼 기자단 브리핑이 열린 벡스코 쌍용자동차 전시장. 신차 ‘코란도C’의 특장점을 설명하던 이수원(50) 쌍용차 기술연구소장(상무)의 목소리에는 비장함이 배어있었다. 지난해 77일간의 노조 파업으로 출시 일정이 늦춰졌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역사를 이끌어온 코란도의 맥을 잇는 제품을 내놨다는 자신감 때문이었다.

코란도C는 쌍용차가 4년 만에 새로 내놓는 전략 차종이다. 법정관리와 파업사태를 딛고 재기를 노리는 쌍용차의 운명이 코란도C에 달려있다. 이 상무는 “코란도C는 쌍용차 미래를 여는 열쇠이므로 전 임직원이 한마음으로 세심한 마무리 작업과 완성도 향상에 집중하고 있다”며 “우리는 제품에 대한 열정과 품질로 승부할 것이며 이에 대해서는 자신 있다”고 말했다.

브리핑이 끝난 후 이 상무를 만나 코란도C 개발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을 물었다. ‘불법파업은 대량학살이다’라는 피켓을 들고 청와대며 국회 앞 등에서 직접 1인 시위를 벌였던 기억이 스쳐서였을까. 지난해 파업을 떠올리던 그는 잠시 숨을 골랐다. 그리고는 마음이 아픈 듯 낮게 말했다.

“한창 차량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할 시기에 연구원들이 길거리로 내몰리는 상황을 막아내지 못한 임원으로서 정말 다시 기억하기가 싫습니다. 특히 몇 년간 정성들여 육성한 고급 엔지니어들을 경쟁사로 떠나보낸다는 것은 연구소장으로서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당시 800명에 달하던 연구소 인력은 지금 600여명으로 줄었다. 법정관리 이후 파업까지 겹치자 이 상무와 연구원들은 절박한 심정으로 시민들에게 파업 반대 유인물을 돌리고 관계 기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그래도 회사의 미래가 걸린 코란도C 개발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연구원들은 USB(이동식저장장치)를 들고 PC방을 찾아 동료 및 협력업체 등과 의견을 교환하고 대학교 빈 강의실이나 협력업체에서 연구·개발 활동을 이어갔다. 전체 회의나 브리핑 등이 필요할 때면 경기도 안성 공도읍에 있는 인력개발원까지 이동해야 했다. 이 상무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한 과정이었다”면서 “회사의 미래가 우리 어깨에 달려 있다는 책임감을 갖고 소통과 신뢰로 서로를 독려해왔다”고 설명했다.

2006년 중반 프로젝트명 ‘C200’으로 개발에 착수한 지 40여 개월 만에 코란도C는 그렇게 세상에 나왔다. 산고(産苦)가 많았던 만큼 그는 각별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 상무는 “세계 자동차 개발 추세인 소형 및 친환경 콘셉트에 부합하는 차종”이라며 “SUV의 강인함에 승용차의 편안함을 더한 차세대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의 전형”이라고 강조했다.

코란도C는 국내 충돌안전 테스트에서 운전석과 조수석 모두 최우수 등급을 획득했다. 또한 탑재된 eXDi 200 엔진은 고효율, 친환경, 저소음의 최첨단 디젤엔진으로 유럽 환경규제 유로Ⅴ는 물론 차세대 환경규제 유로Ⅵ 기준도 만족한다. 소형 SUV지만 앞·뒷바퀴 축간 거리가 준중형 세단급인 2650㎜에 달해 패밀리 카로도 손색이 없다고 했다. 쌍용차는 6∼7월 본격 양산체제를 갖춘 뒤 8월쯤 코란도C를 출시할 예정이다.

1988년 입사 후 23년째 몸담아온 쌍용차는 그에게 인생 자체다. 주 7일, 하루 24시간 중 잠자는 시간 외에는 늘 차량 연구·개발에 ‘중독’돼 왔다고도 했다. 따라서 가장으로서는 ‘죄인’ 또는 ‘0점’이라고 스스로 평가했다. 하지만 고객을 위한 자동차 개발은 결코 멈출 수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상무는 “지난 20여년간 ‘대한민국 1%’라고 하는 렉스턴 개발에 참여하는 영광도 가져봤고, 힘든 시기를 보낸 뒤 지금은 코란도C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며 “인간과 더욱 친밀한 차량 개발을 위해 연구원들과 다시 도전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차는 저탄소 녹색성장에 맞춘 전기차 개발도 추진 중이다. 부산국제모터쇼에서는 코란도C를 기반으로 한 순수 전기차 콘셉트카를 선보였다. 이 상무는 “선행 연구개발을 통해 2012년엔 60㎞까지 배터리로 달리고 이후 동력을 구동하는 E2V(하이브리드) 및 순수 전기차 기술을 확보해 2014년까지 양산체제를 갖출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부산=글·사진 최정욱 기자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