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영하씨 “원문 그대로 싣지 않아 난도질당하는 느낌 내 작품 교과서에 실리는 것을 거부합니다”
입력 2010-05-02 19:28
“저작권자가 자신의 양심에 따라 최소한의 거부를 할 수 있는 권리는 있어야 할 것입니다.”
소설가 김영하(42)씨가 자신의 작품이 교과서에 실리는 것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혀 주목된다.
2일 출판계 등에 따르면 김씨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교과서에 실리지 않을 권리는 없는가?’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에서 자신의 산문 일부가 중학교 1학년 2학기 검정교과서에 실린 사실을 출판사로부터 통보받았다고 알린 뒤 “국어교과서에 제 글이 실리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국어 교과서들은 시를 제외하고는 원문을 그대로 싣는 법이 거의 없다”며 “작가가 추구했던 내적 완결성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문학은 문장으로 환원되거나 교과서 ‘저자’들의 맥락 속으로 폭력적으로 편입되고 만다”고 반대 이유를 밝혔다. 그는 “그것을 바탕으로 문제집과 자습서가 만들어지고 결국은 입시 교육의 한 도구가 되고 만다”면서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에서 교과서에 실린다는 것은 난도질당한다는 것, 문제집의 지문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이어 학교 교육 목적에 필요한 교과용 도서에는 저작권자의 동의 없이 저작물을 실을 수 있도록 한 ‘저작권법 25조’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지나치게 포괄적인 저작권 제한 조항은 사회적인 공론화와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라동철 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