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책임한 폭로성 토크… 재미도 감동도 없고, 오해만 남았다

입력 2010-05-02 19:23


지상파 방송사의 간판 예능 프로그램에서 폭로성 토크가 끊이지 않고 있다. KBS 2TV ‘스타골든벨’과 SBS ‘강심장’이 대표적이다. 지상파 방송사는 공공재인 공중파를 이용하면서 오해와 소문을 전파하고 있는 것이다.

◇폭로전의 양상=1일 배우 윤은혜는 미니 홈페이지에 올린 ‘이제서야’라는 제목의 글에서 “드라마 촬영장에서 몇 마디 나눠 보지 못했으며 나도 신인이었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말을 거는 것조차 어려웠다”고 밝혔다. 자신이 배우 강은비를 폭행했다는 소문을 해명하고 나선 것이다.

이 소문은 지난달 24일 ‘스타골든벨’에서 불거졌다. 당시 출연한 배우 강은비는 “예전 한 작품에 출연할 때 연기를 너무 못해 NG를 내자, 주연배우가 대본으로 내 머리를 치며 ‘나보다 데뷔가 더 빠른데 연기를 더 못한다’고 꾸짖은 적 있다”고 폭로했다. 이 방송이 나가자마자 인터넷에서는 해당 여배우가 누구인지 색출작업이 벌어졌고, 결국 물망에 오른 몇몇 배우들이 직접 나서 자신은 아니라며 해명에 나선 것이다.

폭로전은 ‘방송 중 폭로→지목당한 배우 색출→관계자들의 해명과 사과’의 구조로 반복된다. 지난달 13일 SBS ‘강심장’에서 배우 유인나가 전 소속사 대표에게 성추행 당한 사실을 폭로한 경우도 이와 같은 순서로 논란이 점화된 후 사위었다.

◇침묵하는 제작진=문제는 논란이 점화되는 과정에서 정작 발원의 진원지인 프로그램 제작진 측은 뒷짐을 지고 있다는 점이다. 예능 프로그램은 오락물이어도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이 때문에 제작진은 사전에 출연자들과 토크의 내용을 선정하며 수위를 조절한다. 사후에도 편집을 거쳐 논란이 있는 내용을 걸러낸다.

시청자 최문정씨는 ‘스타골든벨’에서 비롯된 ‘강은비 논란’을 본 후 “저지른 사람도, 방송사도 ‘나몰라’라 한다. 그저 말장난과 폭로로 일관된 프로그램은 케이블에도 넘쳐난다. 공영방송 KBS는 품위를 제발 지켜주길 바란다”고 질타했다. 신광선씨도 “이름도 공개하지 않는 식의 폭로성 토크는 피해자만 만들뿐이고 재미도 감동도 없다”고 지적했다.

제작진이 이목을 끌기 위해 폭로성 토크를 유도하는 관행을 반성하지 않는 한 폭로성 토크는 계속된다. ‘스타골든벨’ 1일 방송에서도 가수 황혜영이 이름은 밝히지 않고 ‘남자 연예인에게 대쉬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이문원 문화평론가는 “집단 토크쇼에서 연예인은 눈에 띄려고 점점 수위가 높은 발언을 한다. 결국 제작진이 사전과 사후에 심사숙고를 거쳐 수위를 조절하는 수밖에 없다. ‘스타골든벨’이나 ‘강심장’에서는 이런 ‘게이트 키핑’이 전혀 이뤄지고 있지 않다”면서 “폭로성 토크로 인해 인터넷이 떠들썩한 게 자꾸 반복되는데, 이는 제작진이 철저한 반성을 통해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