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재개발 정책 바꾸기' 본격 시동

입력 2010-05-02 09:15


[미션라이프]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대표회장 이광선 목사)가 사회적 약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는 재개발 정책 수립에 앞장선다. 더 이상 재개발로 고통 받는 이웃들에 대해 침묵하지 않고 전 교회적인 관심사로 승화시켜 불법적이고 불합리한 개발이 발생하지 않도록 감시 및 조정 해결 능력을 강화시켜 나가기 위한 것이다.

한기총은 최근 기독교 시민단체들이 목회자 및 주민들과 함께 수차례 재개발 정책에 대한 항의 집회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변화가 없다고 판단해 ‘재개발문제대책위원회’를 신설, 서경석 목사를 위원장에 임명했다. 이광선 한기총 대표회장은 2일 “더 이상 재개발 사업 명분으로 저소득 세입자, 영세상인, 영세교회가 피해를 입어서는 안 된다”며 “이는 재개발 정책의 틀을 바꿀 때만이 해결할 수 있어 관련 위원회를 꾸리게 됐다”고 밝혔다. 이 대표회장은 무조건 철거한 뒤 재건축하는 방식은 주택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내쫓기는 사람들을 발생시킨다며 원주민들의 재정착을 우선하는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대책위는 앞으로 세미나 개최를 비롯해 재개발 정책을 바꾸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에 나설 예정이다.

서경석 위원장도 지난달 30일 오후 ‘주민들에게 고통을 주는 재개발 문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 새로운 공감대 확산에 나섰다. 서 위원장은 “가난한 주민들을 내쫓는 재개발이 아니라 모든 주민들이 조화롭게 살아가는 재개발이 돼야 한다”며 “기존 건물을 모두 철거하고 신축하는 게 아니라 부분적으로 철거하고 재개발하는 ‘도시 재생 방식’으로 관련 정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김포한강신도시를 예로 들어 “사람들이 처음에는 좋아했는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면서 “주민들의 경우 주택보상가나 토지보상가가 시세의 60∼70%에 불과한 데다 세금을 내야 해 재산이 반 토막 났다. 이 때문에 정작 신도시에 재정착하는 사람은 20%에도 못 미치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서 위원장은 “자기 건물이 있던 23개 교회조차 보상가가 시세의 60%라 보상가의 4배나 되는 신도시 내 종교부지 예정지를 구입할 수 없었다”며 “2∼3개 교회가 빚을 내 종교부지를 구입했지만 정작 건축비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또 대부분 교회들은 보상액을 임시 예배처를 빌리고 인테리어 하는 데 소진할 수밖에 없었다며 교인들이 뿔뿔이 흩어져 임대교회로 전락한 사례도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따라서 재개발 정책이 공공의 종합계획과 적극적인 재정투입을 전제로 한 공익성 강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신도시의 공공시설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으로 건설되고 개발이익 만으로 신도시를 건설하면 안 된다는 지적이다. 또 도시정비계획을 수립할 때 세입자 대책과 임대주택 건립계획을 동시에 수립하고, 재개발지역 내 재정착을 원하는 세입자 가구 수만큼 서민용 임대주택을 공공 부담으로 건설해 입주토록 배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 위원장은 “도시정비사업 구역 내 임대상가를 건설해 영세 상인과 교회의 재입주를 보장하고, 공공 부담이 곤란하다면 용적율을 추가로 부여해서라도 임대주택을 건설하고, 건설비용은 국민임대주택기금에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민들 또한 조합을 만들어 재개발을 하는 경우 자신들의 부담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하게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토론자로 나선 김한기 경실련도시계획센터 국장은 경실련에 접수된 100여건 사건을 분석한 결과 사업 진행의 불투명성, 조합운영의 비민주성, 업체 선정의 비전문성 등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김 국장은 “재개발이 서민의 주거사업 개선이 아닌 개발업체의 수익사업으로 변모했다”면서 개발이익의 지역사회 환원, 정부와 지자체의 계획수립과 사업진행 총괄 등 공공의 역할 강화를 주문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함태경 기자 zhuanji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