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시민상 청소년부문 대상 정신여중 이예지양, 양 손 네 손가락으로 바이올린 연주
입력 2010-04-30 18:36
서울 정신여중 2학년 이예지(15)양의 손가락은 양손 모두 합쳐도 네 개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양은 교내 관현악단의 바이올린 주자이자 전교 10등 안에 드는 성적 우수 학생이다.
태어날 때부터 손의 발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폴란드 증후군’을 앓아온 이양에게 부족한 손가락 개수는 실망의 대상이 아니라 자신의 무한한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도전의 수단’이었다.
팔 근육 단련을 위해 다섯 살 때부터 피아노를 쳐 온 이양은 음악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다. 가늘고 연약했던 팔이 튼튼해지자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바이올린에 도전했다. 빠르게 활을 움직이고 바이올린 줄을 다른 손으로 집어야 하는 힘든 훈련이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3년 동안 쉼 없는 연습 끝에 이양은 학교 관현악단과 교회 성가대 바이올린 주자로 뽑힐 만큼 출중한 실력을 지니게 됐다. 가족들의 애정 어린 보살핌과 학교 친구, 교회 성도들의 격려도 큰 힘이 됐다. “네 손가락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를 걱정하던 소녀는 이제 “좋아하는 클래식 곡들을 자유자재로 연주하며 삶에 대한 자신감을 키울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이양의 학교 성적도 일취월장하고 있다. 중학교 1학년 초 전교 150등이었지만 지금은 전교 10위권에 올라 있다. 어머니 현숙열(49)씨는 “어릴 때 손가락 콤플렉스를 극복하게 해주려고 음악을 가르쳤는데 예지는 악기를 통해 고난을 이겨 내는 법을 터득한 것 같다”고 대견해했다. 이양의 장래 희망은 언론인이다.
30일 이양은 청소년의 달 5월을 맞아 서울시가 선정한 시민상 청소년부문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서울시는 5일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이양과 함께 시각장애 1급인 오빠를 도우며 모범적인 학교생활을 하는 청운초등학교 6학년 박민주 양 등 95명의 청소년에게 표창장을 수여할 예정이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