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천안함 논의 첫발…후 주석 ‘최소한 성의 표시’
입력 2010-04-30 22:20
이명박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세계 엑스포가 열리는 상하이의 영빈관에서 30분간 만났다. 통역을 감안하면, 두 정상의 실제 발언시간은 각자 7분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어느 때보다 이번 정상회담에 쏠린 관심이 높았다. 이 대통령으로서도 부담감을 가지고 임한 정상회담이었다. 천안함 침몰 사고가 터진 뒤 중국 정상과의 첫 회담이기 때문이다. 사고의 배후가 북한으로 밝혀질 경우,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키는 사실상 중국이 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후 주석은 모두발언을 통해 천안함 사고 희생자들에 대한 위로와 위문의 뜻을 표했다. 다만 천안함 위로 발언은 이 대통령이 이달 초 중국 북서부 칭하이(靑海)성에서 발생한 강진 피해에 위로 전문을 보낸 것에 대한 답례 형식을 취했다. 후 주석은 “중국 지진 때 대통령께서 위로 전문을 보내주시고 한국 정부가 긴급하게 원조를 제공해준 데 대해 중국 정부와 인민을 대표하여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천안함 사고 희생자들에 대한 위로의 뜻을 표시했다. 후 주석이 천안함 사고에 대해 첫 언급을 했으나, 북한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최소한의 성의표시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중국 측 입장에서는 북한의 특수관계를 고려하면 발언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청와대는 “공식 논의의 첫 단추를 뀄다”라고 자평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고, “원인 조사결과를 사전에 알리겠다”며 우회적으로 중국의 협조를 구했다. 이후 천안함 사고 원인규명 작업이 진척되면, 다시 논의하자는 뜻을 강조한 셈이다. 5월에만 해도 중국 양제츠 외교부장의 방한, 한·중·일 정상회의 등의 일정이 잡혀 있다. 자연스럽게 본격 논의할 수 있는 사전 정지작업은 이뤄졌다는 게 청와대의 평가인 셈이다.
정상회담의 또 다른 화두였던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문제도 ‘공동연구를 마무리하고 착실히 추진해 나가자’는 상징적 수준의 의견 교환에 그쳤다. 현재 양국은 2007년부터 시작된 FTA와 관련한 산·관·학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고, 상반기 중에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중국의 기본 입장은 FTA를 서두르자는 것이었고, 한국은 조금 미온적이었다. 중국 농산물 시장 전면 개방이 가져올 파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또한 제조업 역시 중국 경제의 급성장으로 인해 FTA 체결이 한국에 유리하다고만 할 수는 없다. 청와대 관계자는 “어느 분야가 어떻게 유리한지에 대한 고도의 협상전략이 필요한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한·중 FTA 협상은 2004년 이후 중단된 한·일 FTA 협상 재개 여부 및 양국 의회 비준에서 난항을 겪고 있는 한·미 FTA와도 맞물려 있다.
다만 이 대통령이 지난 20일 국무회의에서 “한·중 FTA를 검토해보는 게 좋겠다. 변화되는 상황에 능동적으로, 효과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며 적극적 자세를 보인 점이 협상의 동력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상하이=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