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스페셜 가면 벗은 가족들의 내면 들여다보기… 아버지·어머니·자식들의 가려진 상처 조명

입력 2010-04-30 18:09


당신의 가족은 안녕하십니까. SBS 스페셜 ‘가족의 페르소나’는 가족 구성원들이 쓰고 살아온 가면 안의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가 아버지, 어머니, 자식으로서 도리 때문에 드러내지 못했던 상처를 보여주며 치유를 독려한다. 5월 가정의 달 특집을 맞아 매주 일요일 오후 11시20분 3차례에 걸쳐 방송된다.

2일 방송되는 1부 ‘아버지의 빈 집’은 집안의 기둥인 아버지들의 고민을 들려준다. 이들은 한 집안의 가장으로 열심히 일하며 살다보니, 어느새 가족은 남보다 못한 존재로 남았다고 털어놓는다.

엄격한 가부장인 김진학씨는 쓸쓸한 아버지의 자화상을 보여준다. “너는 진짜 조선시대에 태어났어야 했다”는 작은 아버지의 말처럼 김씨는 TV에 짧은 머리를 한 여자 연예인이 나오면 채널을 돌려버릴 정도로 보수적인 남자다. 김씨의 말 한마디에 10살짜리 아들은 허리를 곧추 세우고, 아내는 옷 색깔을 바꾼다. 그런데 지나치게 권위적인 김씨가 요즘 부드러워졌다. 제작진은 급격한 심경 변화를 겪고 있는 김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는데….

9일 방송되는 2부 ‘어머니의 봄날은 어디로 갔나’는 가족을 위해 헌신한 어머니들이 느끼는 허무와 후회를 보여준다.

제작진은 60세의 어머니가 치매 판정을 받고 무너지는 가정을 찾아갔다. 여인은 권위적인 남편을 곁에 두고 고된 시집살이를 견뎌냈고 상전 아닌 상전인 자식들을 길렀다. 그녀가 60세에 이르러서 치매를 얻고 쓰러지자, 가족의 일상이 뿌리채 흔들리기 시작했다. 후회하고 반성하는 가족들은 어머니의 중요성을 눈물로 말해준다.

그 외에도 김영옥, 사미자, 이주실, 선우용여, 정영숙 등 대한민국 대표 여배우 5인방이 모여 ‘어머니로서의 삶’을 털어놓는다. 이들은 브라운관에서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줬지만 가정에서는 모두가 어머니일 뿐이었다.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 없다고 하는데, 저는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덜 아픈 손가락이 있다고, 똑같이 대했다고 말씀하시지만, 받는 사람 입장은 다르거든요. 느끼거든요…”

부모님으로부터 사랑받지 못해 힘들었던 진진연씨는 제작진에게 자식의 아픔을 들려준다. 16일 방송되는 3부 ‘자식, 가시방석 위의 캥거루’는 부모님에게 사랑을 갈구해온 자식들이 받은 상처를 조명한다.

진씨는 딸만 셋인 집에서 네 번째 딸로 태어났다. 어머니는 진씨를 낳아서 가문의 죄인이 됐다. 진씨가 딸이라는 이유로 진씨를 구박해온 어머니. 진씨는 모정에 대한 굶주림으로 늘 어머니 곁을 맴돌았다고 한다. 이제 불혹을 넘어 중학생 딸을 둔 어머니가 됐지만, 그래도 자신의 어머니가 그립다며 울음을 쏟아내는 진씨의 모습은 애처롭기만 하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