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만 기름 유출… 美 최악 환경 재앙되나

입력 2010-04-30 22:41


미국 멕시코만의 석유시추 시설 폭발로 인해 흘러나온 기름이 강한 바람을 타고 연안까지 도달했다. 미국 최악의 환경 참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선거 악재로 비화되지 않도록 총력 방어 태세에 돌입했다.

◇엄청난 생태계 파괴 우려=멕시코만 바다에 형성됐던 거대한 기름 덩이가 29일 오후 루이지애나 주 남부의 미시시피강 하구 ‘사우스 패스’로 흘러들어가고 있다고 AP통신 등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석유시추 시설인 트랜스요션사의 ‘딥 워터 호라이즌’이 지난 20일 밤 폭발로 가라앉으면서 유출된 기름이 9일 만에 연안까지 도달한 것이다.

폭발은 연안에서 80㎞ 떨어진 지점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강풍까지 불면서 1550㎢의 거대한 기름띠의 연안 도착 속도가 빨라졌다.

게다가 하루 평균 5000배럴가량의 원유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어 연안 지역에 미칠 타격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멕시코만 일대는 미국 습지의 40%를 차지하는 야생생물의 보고다.

바비 진달 루이지애나 주지사는 “최소 10개의 야생 생물 보호구역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고, 수십억 달러가 들어간 연안보호 사업이 허사가 될 수 있다”며 주 재난사태를 선포했다. 매년 24억 달러어치의 수산물을 생산하는 주변 어장도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이번 유출 사건이 1989년 발생한 알래스카 엑손발데즈호 사건을 훨씬 뛰어넘는 미국 최악의 환경 참사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오바마, ‘카트리나’ 전철 밟나=오바마 대통령은 방제 작업에 미군을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가용자원을 총동원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앨라배마 및 플로리다 등 관련 주의 주지사들과 전화통화를 갖고 연방정부 차원의 지원 대책을 집중 논의했다. 사실상 국가재난사태에 준하는 조치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처럼 적극 대응에 나선 것은 기름띠가 사건 초기보다 5배나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도 있지만,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조지 W 부시 전 미 대통령이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초기 대응에 소극적으로 나선 탓에 지지율이 급락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으로선 이번 사태를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할 경우 선거 참패를 넘어 조기 레임덕까지 걱정해야 하는 처지로 몰릴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연안의 원유 및 천연가스 시추 계획을 장려한 뒤에 원유 유출 사건이 터진데다 사건 발생 9일 만에 사태 수습에 나서면서 벌써부터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실정이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