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총선 박빙 혼전… 연정 가능성

입력 2010-04-30 22:39


영국이 오는 6일 총선을 치른다. 이번 총선은 사상 첫 TV토론과 제2야당인 자유민주당의 부상 등 다양한 이슈를 만들고 있다.

선거전이 종반으로 치닫고 있지만 판세는 가늠하기 어렵다. 1992년 총선 이후 가장 박빙이다. 양당체제 뿌리가 깊은 영국에서 노동당, 보수당, 자민당이 골고루 지지율을 나눠 갖고 있다. 74년 이후 처음으로 과반 다수당이 없는 ‘헝 의회(Hung Parliament)’ 출현도 유력해 보인다.

◇집권 노동당의 고전, 자민당의 선전=집권 여당인 노동당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보수당에 한참 밀렸고 경쟁 상대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자민당에도 위협받고 있다. 토니 블레어를 내세웠던 97년 총선부터 내리 3번을 승리하면서 13년간 군림해온 노동당의 위용은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노동당의 추락은 예견됐다고 최근 분석했다. 2007년 6월 블레어로부터 총리직을 승계한 고든 브라운 총리는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서 영국 최장수 재무장관 출신이라는 경험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국가 부채가 늘어날수록 지지율은 하락했다. 의원들의 공금 유용 스캔들, 이라크전 참전 비판 여론까지 지지율 하락에 힘을 실었다.

노동당이 고전하면서 웃은 건 보수당이다. 진보적 색채를 가미해 노동당 지도자들을 끌어들이면서 13년 만에 집권을 노리고 있다.

자민당은 예상치 못한 복병이었다. TV 토론에서 닉 클레그 당수는 젊은 이미지를 앞세워 대중의 인기를 얻었다. 당 지지율도 급상승했다. 20%대를 유지하던 지지율은 지난 15일 1차 TV토론 직후 30%대로 수직 상승했다. 이후 보수당에 이어 2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클레그는 차기 총리 후보까지 거론되고 있다. 가디언 등 영국 언론은 보수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노동당이 클레그에게 총리직을 조건으로 연립정부를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헝 의회 탄생하나=보수당이 지지율에서 앞서고 있지만 과반의석(326석)을 차지할지는 불투명하다. 650개 선거구별로 다수득표자 1명씩 뽑기 때문에 정당 지지도가 의석수로 연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지도 조사에서 보수당이 노동당보다 5% 안팎 앞서 있지만 과반 의석을 차지하기 어렵다. 2005년 5월 총선 당시 득표율은 노동당 35.3%, 보수당 32.3%, 자민당 22.1%였지만 의석수는 노동당 356석, 보수당 198석, 자민당 62석이었다. 노동당이 제1당 지위는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영국 언론들은 노동당이 261∼283석, 보수당이 255∼258석, 자민당이 83∼102석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헝 의회 탄생 가능성도 제기됐다. 헝 의회란 대롱대롱 매달려 있듯(hung) 불안한 정치 구도란 의미에서 붙여진 말이다. 과반 의석을 차지한 정당이 나오면 당수가 총리를 맡아 내각을 구성하지만 과반을 차지하는 당이 없다면 현직 총리가 연정을 구성할 권한을 갖게 된다.

29일 3차 TV토론 뒤 BBC와 유거브가 공동 조사한 예상 의석은 보수당 266석, 노동당 249석, 자민당 106석이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32명의 금융 분야 전문가들은 3차 TV토론 후 다수당 없는 의회의 탄생 가능성이 65% 정도 될 것으로 예측했다. 현지 언론은 정책 성향에서 노동당과 자민당의 연정 가능성을 예측했다. 88년 사회민주당과 자유당이 합당해 탄생한 자민당은 정책적으로 보수당보다는 노동당에 더 가깝다는 인식을 얻고 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