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남유럽 위기, 우리를 돌아보는 계기로
입력 2010-04-30 18:00
국제신용평가사 S&P가 재정위기에 직면한 그리스와 포르투갈에 이어 스페인의 국가신용등급을 떨어트리면서 세계경제의 새로운 불안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그리스는 신용등급이 3단계나 하락해 국채가 정크본드(투자부적격 채권)로 추락하는 등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이로 인해 유로화가 급락하고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거리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행히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중앙은행(ECB)을 중심으로 그리스에 대한 긴급 구제를 추진하면서 상황은 일단 진정되는 국면으로 접어드는 모습이다. 하지만 구제금융이 지원되더라도 그리스가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반응이 적지 않고 자칫 위기가 유로존 국가 전체로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한 시각도 남아 있다.
우리나라는 이들 국가에 대한 투자액이 미미해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다만 위기가 확산되면 세계 시장이 침체되면서 수출에 상당한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앞으로 위기극복 과정에서 엄청난 고통을 겪겠지만 그리스의 위기는 그들이 자초한 것이다. 방만한 재정지출에 무절제한 외채도입, 만연된 탈세풍조에 과도한 연금지급, 지나치게 높은 급여와 일상화된 파업 등이 원인이다. 한마디로 정부나 국민이나 생각 없이 흥청망청댄 결과다.
미국의 투자분석가들은 신용등급이 하향된 이들 3국에 아일랜드, 이탈리아를 합쳐 PIIGS라는 이니셜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경기부양에 눈이 먼 돼지들이라는 의미로 읽히면서 해당국들이 반발하는 해프닝까지 빚어졌다. 어쨌든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재정적자와 외채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외상을 즐기는 국가들이다.
한국은 외견상으로는 재정건전성이 그리 나쁘지는 않지만 부채 증가속도를 우려하는 전문가들이 많고, 공기업 부채까지 더하면 이미 위험수위라는 주장도 있다. 가정과 마찬가지로 국가도 적절한 수준에서 빚을 관리해야 한다. 돈 쓰는 재미에 너무 빠지면 기둥뿌리 뽑히는 줄 모르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