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불법시위 가담자 法대로 심판한 법원
입력 2010-04-30 18:00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7부는 지난해 5월 서울광장에서 열린 ‘하이서울 페스티벌’ 행사에서 단상을 점거하고 불법시위를 벌인 시위대 8명에게 행사 주최자인 서울시와 서울문화재단에 2억487만원을 배상하라고 그제 판결했다. 이는 지자체가 불법시위와 관련, 주최자가 아닌 시위 참가자만을 상대로 소송을 냈을 때 배상책임을 인정한 첫 사례다. 서울시는 당시 불법시위로 행사가 무산되는 등 피해를 입자 시위자들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재판 과정에서 시위 가담자 중 일부는 “서울시의 손해배상 청구는 표현 집회의 자유를 억누르려는 목적이 있고 단순 가담자들을 상대로 거액을 청구하는 것은 권한남용”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시위 주도자가 아닌 가담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한다 해도 집회의 자유를 부당하게 억제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시위 참가자들은 또 “서울시가 손해를 입었다 하더라도 시위에서 개개인이 벌인 행동과는 매우 낮은 수준의 인과관계를 갖는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공동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의 범위는 가담자 전원에 대해 전체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며 시위 가담자들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이번 판결의 취지는 분명하다. 주변에 큰 피해를 입히는 불법시위가 발생했을 경우 주도자뿐 아니라 단순 가담자도 공동으로 피해복구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지극히 상식적인 판결이지만 그동안 우리 사회에선 이런 상식이 통하지 않았다. 불법시위로 피해가 발생해도 시위 주최자들에게만 배상 책임을 묻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일각에선 이번 판결이 집회시위의 자유를 위축시킬 것이라 주장한다. 하지만 시위도 시위 나름이다.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선 피해’가 발생했다면 주도자건 단순 가담자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옳다. 공공질서에 심각하고 직접적 인 위협을 끼치는 행위까지 집회 자유의 이름으로 옹호하긴 어렵다. 집회시위의 자유는 법 절차와 내용을 따를 때만 보호될 수 있다. 이번 판결이 시위 문화의 성숙에 기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