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처소 새로 연 김동수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장 “채플 되살린 건 금식기도의 열매”
입력 2010-04-30 18:09
한 어린이병원장의 간절한 기도가 무너진 예배 처소를 재건하는 기초가 됐다.
지난 3월 연세의료원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에 취임한 김동수(57·정동제일교회 장로) 병원장은 취임 전 성경을 읽으며 히스기야 왕이 성전을 정결케 하고 하나님과의 관계를 무엇보다 우선시했다는 사실에 감명을 받는다. 그리고 자신도 히스기야 왕처럼 병원이 영적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선 일터가 교회가 되고, 병원 일이 예배가 되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마침 어린이병원엔 허름한 채플실이 있었다. 1932년 한국에 들어와 연세의료원 간호사이자 선교사로 일했던 B V 번스(한국명 전은수·1906∼1990) 여사가 74년 퇴직금을 모두 기부해 만들었던 것. 하지만 ‘번스 채플’은 시간이 지나며 낙후된 상태로 방치됐다. 지난 3월 1일 첫 출근을 한 김 원장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채플실 리모델링 견적 조사였다. 1억원이 필요했다. 감사하게도 전임 병원장이 병원 발전기금으로 5000만원을 내놨다. 김 병원장은 나머지 돈을 충당하기 위해 눈물로 금식기도를 하며 수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쉽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7일 연세의료원 부활절 예배 때 설교를 맡은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가 어린이병원에 후원금으로 5000만원을 기부하면서 공사가 성사됐다. 김 병원장은 최근 이 목사에게 보낸 감사편지에서 “기도회와 어린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 공사비를 놓고 간절히 기도해 왔는데 하나님이 이 목사님을 통해 기적적으로 도와주셨다”며 감격스러워했다.
병원 측은 “예배실이 노후화돼 조명과 냉난방, 환기시설이 필요한 상황이었다”면서 “이 목사의 성금과 직원들이 헌금한 313만원으로 곧 채플 리모델링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목사는 “예배 때 조용히 헌금을 놓고 왔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 신앙 회복을 우선시했던 병원장의 간절한 기도가 숨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면서 “번스 채플이 어린이 환자들을 위한 예배당으로, 성령의 역사가 나타나는 공간으로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태원·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