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 미션-어린이] 갓난아기야 네가 네 죄를 알겠니?… 유아 세례 논란
입력 2010-04-30 17:49
세례는 하나님과의 새로운 관계가 시작됐다는 의미로 행해지는 표식이다.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명령하신 이 같은 세례에 대해 이견을 다는 교파는 없다. 하지만 갓난아기에게 베푸는 유아세례에 대해서는 교파마다 입장이 다르다. 우선 가톨릭은 세례는 구원의 필수조건인 만큼 세례받지 못한 유아들은 천국에 가지 못한다고 믿는다.
기독교의 입장은 갈린다. 대부분 장로교는 유아세례를 인정한다. 하지만 가톨릭처럼 세례를 구원의 방편으로 보지는 않는다. 세례를 받기 때문에 의로워지는 게 아니라 의로워졌기 때문에 세례를 받는다고 보는 것이다.
침례교는 유아세례를 인정하지 않는다. 세례의 필수조건인 개인의 신앙고백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라은성(교회사아카데미 대표) 목사에 따르면 유아세례는 초대교회 때부터 이어져 왔다. 그러다가 16세기 초반 재세례파가 등장하면서 유아세례 논란은 본격화된다. 당시 스위스 취리히에서의 유아세례는 교회 예식이자 국가적 의무였다. 재세례파는 국가에 종속돼 있던 교회를 거부한다는 의미에서 유아세례를 반대했다. 외적인 의식보다는 내면의 고백을 강조한 것이다. 감리교, 성결교, 침례교는 이 같은 재세례파의 전통에 서 있는 셈이다.
초대교회 교부들은 대체로 유아세례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성기호(전 성결대 총장) 목사에 따르면 오리겐과 키프리안은 “어린이도 죄가 있기 때문에 세례를 통해 사죄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종교개혁가인 장 칼뱅도 “유아를 중생한 것으로 간주해 세례를 줘야 한다”고 했고, 마르틴 루터도 “유아들은 세례를 통해 즉각적인 신앙을 갖게 된다”고 봤다.
반면 현대 신학자인 칼 바르트는 “유아세례는 교회를 혼잡케 하는 것”으로 세례보다는 헌신과 축복의 의식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종교개혁가인 츠빙글리 역시 이 견해를 지지한다. 이 같은 입장에 서 있는 성결교와 침례교는 세례식 대신 ‘헌아식(獻兒式)’을 거행하고 있다. 구약성서에서 한나가 서원 이행으로 아들 사무엘을 하나님께 바친 전통에 따른 것이다.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