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과학이야기] 꿈의 바이오 ‘인공피부’… 한국, 3년 내 현실화한다
입력 2010-04-30 18:13
인공 피부는 외상이나 화상 치료를 담당하는 의사들의 오랜 꿈이었다. 손상된 피부를 재건하기 위해 의사들은 환자의 발이나 엉덩이, 허벅지 등에서 정상 피부를 떼어내 이식수술을 한다. 하지만 환자에게 추가적 고통이 가해지는 것은 물론, 결손 부위가 커서 떼어낼 피부가 충분치 않은 경우도 많다.
그렇다고 사체의 피부를 이용하면 경제적 부담이 크고 적용 가능한 예가 한정돼 있다. 이처럼 피부 손상 치료를 위해 국·내외에서 계속돼 온 인공 피부 개발 노력이 머지않아 한국에서 결실을 맺을 전망이다.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화상센터 전욱 교수팀은 2년여 연구 끝에 ‘바이오 인공 피부’ 배양을 위한 3차원 세포 생착용 콜라겐 지지체를 개발, 현재 동물 실험을 성공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30일 밝혔다. 연구팀은 동물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사람 대상 임상시험에 들어가 3년 안에 실제 환자들에게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사람의 피부는 가장 바깥쪽인 표피와 그 아래 진피(표피에 수분과 영양분 공급)로 구성돼 있다. 두개의 층이 제대로 조화를 이뤄야 체액 보존과 감염 방지, 체온 유지 등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표피와 진피를 모두 갖춘 완벽한 인공 피부는 상용화된 것이 없다.
현재 병원에서 화상 등 피부 손상 치료에 쓰고 있는 인공 피부는 엄밀히 말해 진피 대체물(돼지 껍질에서 추출한 콜라겐 덩어리를 액체화 해 단순 동결 건조한 것)이다. 즉, 진피의 역할만 해 주는 것. 따라서 화상으로 생긴 피부 결손 부위에 인공 진피를 이식하고 3주 정도 기다린 다음, 다시 그 위에 자기 몸에서 떼어낸 피부를 또 이식해 줘야 한다. 이러한 인공 진피는 감염에 몹시 취약하고, 특히 광범위한 화상 환자에게는 이식 성공률이 60∼70%밖에 안 된다.
전 교수는 “기존의 인공 피부가 진피 따로, 표피 따로의 반쪽짜리 였다면 새로 개발된 인공 피부용 콜라겐 지지체는 표피와 진피를 함께 이식할 수 있어 환자 상처에 거부 반응없이 생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희랍어에 어원을 둔 콜라겐은 ‘접착하는 물질’이란 뜻으로 세포와 세포 사이를 단단히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돼지의 콜라겐 지지체에 환자로부터 추출한 섬유 아세포(진피를 만듦)와 상피세포(표피를 만듦)를 주입해 배양한 후 상처 부위에 이식하면 두 가지 세포가 함께 뭉쳐 성장하면서 새살이 돋아나는 원리라고 설명했다. 전 교수는 “이 인공 피부는 화상 뿐 아니라 당뇨병성 궤양, 욕창 등 다양한 피부 환자 치료에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 교수팀은 이번 연구결과를 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제3회 한림-웁살라 국제학술심포지엄’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