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조의 왕위 찬탈에 얽힌 비밀 파헤쳐… 김다은 장편 ‘모반의 연애편지’
입력 2010-04-30 17:45
서간체 형식의 소설을 선보여온 작가 김다은(48·추계예술대 교수)이 장편 ‘모반의 연애편지’(생각의나무)를 출간했다. ‘이상한 연애편지’(2006), ‘훈민정음 창제의 비밀’(2008)에 이어 세 번째 서간체 소설이다.
소설은 세조의 후궁인 소용 박씨가 세조의 조카 귀성군에게 보낸 편지가 발각되면서 죽임을 당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소용 박씨는 처형 직전 “백팔 글자라고 전해주오”라는 수수께끼 같은 말을 내뱉고 이 말은 소설을 엮어가는 키워드가 된다.
소설은 궁녀, 상궁, 대신, 화가 등 궁궐 안과 밖의 다양한 사람들이 주고 받는 84통의 편지를 통해 소용 박씨의 죽음을 부른 편지와 ‘백팔글자’에 얽힌 비밀들을 수면 위로 끌어 올린다. 소용 박씨의 편지는 처음에는 연애편지로 여겨졌지만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왕위를 둘러싼 권력다툼의 거대한 비밀을 푸는 열쇠로 떠오른다.
작가는 세조 때 간행된 불교 대장경 ‘월인석보’ 1권 첫머리에 훈민정음 언해본이 묶여 있는 것에 대한 의문에서 소설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소설은 세조가 조카 단종을 몰아내고 찬탈한 왕좌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훈민정음 언해본을 정치적으로 교묘하게 이용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작가는 서간체 소설을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개인적으로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고 싶은 꿈이 있다”고 말했다. “괴테의 서간체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독일 문학을 세계화시킨 작품입니다. 편지는 인류의 첫 번째 문학 형식인데 우리나라에는 거의 시도를 하지 않고 있어요.” 그는 “서간체 소설은 서사를 다양하게 변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등장인물들이 편지를 주고받으며 서로 얽히고설키는 과정은 일반적인 서사구조의 소설을 읽는 것과는 색다른 재미를 준다는 것이다.
작가는 다음 작품에 관해 묻자 “기독교의 한국 전파과정과 훈민정음의 관계를 풀어가는 서간체 형식의 장편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동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