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엽·박명수·김제동… 위기의 MC들 케이블서 ‘1인자’되다

입력 2010-04-29 21:21


신동엽, 김제동 등 대한민국 톱MC들을 보고 싶다면 지상파 방송 3사를 틀 게 아니라 케이블 채널을 틀어야 한다. 지상파 방송사에서 입지가 약해진 MC들이 케이블 채널에서 간판 프로그램을 꿰차며 재기를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인지도가 떨어진 연예인이 진행을 맡던 케이블 채널 예능 프로그램의 수년 전 상황은 옛말이 됐다.

방송인 김제동은 지난해 KBS ‘스타골든벨’을 하차한 이후 지상파 방송사에서 점점 설자리를 잃어갔다. 현재 유일하게 맡고 있는 MBC ‘환상의 짝꿍’도 봄 개편 때 폐지될 확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는 다음달 6일 방송될 엠넷 ‘김제동쇼’를 통해 대중 앞에 선다. 이 프로그램에서 김제동은 관객과의 소통능력, 솔직하고 진솔한 대화 등 자신의 매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몇 년 전부터 ‘위기론’에 시달려온 신동엽이 재평가 받은 곳은 케이블채널 tvN의 ‘러브스위치’다. ‘러브스위치’는 1%안팎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tvN의 간판 예능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 중이다. 30명의 싱글 여성들이 남자 출연자의 조건을 평가하면서 최후 승자를 결정하는 데이트 쇼 프로그램에서 신동엽은 능숙한 진행 실력을 평가받고 있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신동엽의 짓궂으면서도 재치있는 진행이 좋다” “여성 출연자와 친구처럼 어울리는 모습이 자연스럽다”는 글이 다수 올라와있다.

MBC ‘무한도전’ KBS 2TV ‘해피투게더’에서 ‘2인자’로 활약 중인 박명수는 케이블 채널에서 ‘1인자’ 자리를 굳히고 있다. MBC 에브리원 ‘우아한 인생’과 SBS E!TV ‘거성쇼’에서 프로그램을 진두지휘하며 MC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이문원 문화평론가는 “현재 유재석과 강호동이 점령한 지상파 방송사에서 감을 잃은 MC들은 점점 설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이때 아예 케이블 채널이라고 피할 게 아니라 케이블에서라도 꾸준히 프로그램을 하면서 감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 또한 케이블 채널은 한번 방송하면 여러 번 틀기 때문에 대중노출도가 높다. MC들에게는 최고의 연습장인 셈”이라고 분석했다.

케이블 채널에서는 지상파 방송사와는 달리 실험적이고 파격적인 진행이 시도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거성쇼’의 김경남 PD는 “케이블 채널에서 MC들의 출연료는 지상파 수준이거나 그 밑이다. 그럼에도 스타들이 마다않고 출연하는 이유는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내용이어서 진행 경력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박명수씨는 회를 거듭할수록 출연자들을 콘트롤하는 능력과 흐름을 꿰뚫는 능력이 높아지고 있다. 여느 ‘원톱 MC’ 못지않다”라고 말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