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46용사 영결식] “그대들 뒤엔 시민과 국가와 민주주의가 있다”

입력 2010-04-29 21:44


李대통령 등 2800여명 참석… 대전현충원 안장

해참총장 “고통 준 세력 더 큰 대가 치르게 할것”


임들은 가셨습니다. 조국과 부모의 품에, 아내의 가슴에, 자녀의 마음에 사무치는 그리움과 애절함을 남기고 떠나셨습니다. 임들은 가셨지만 조국과 부모, 아내와 자녀, 그리고 우리 이웃들은 그 숭고한 희생정신을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

천안함 46명의 용사(勇士)들이 영원히 잠들었다. 함정들이 일제히 울려준 기적취명을 들으며, 국민들이 뿌려준 새하얀 국화꽃을 타고 하늘로 올랐다.

천안함 용사들의 영결식이 29일 경기도 평택 해군 제2함대사령부 안보공원에서 해군장으로 엄수됐다. 영결식에는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이용훈 대법원장, 김형오 국회의장, 국무위원, 주한 외국 대사, 군 장성, 유가족 등 2800여명이 참석했다.

날씨는 맑았다. 전날까지 사흘간 내리던 비도 그쳤다. 그러나 유가족들이 흘리는 눈물은 그치지 않았다. 초점 없는 눈빛으로 흐느낀 남기훈 원사의 부인 지영신씨, 울먹이는 최한권 원사의 딸 보배(9)양, 손자의 영정에 헌화하다 주저앉아 오열한 민평기 상사의 할머니, 영문을 모른 채 엄마 품에 안긴 김태석 원사의 어린 두 딸까지. TV를 통해 영결식을 지켜본 국민들도 눈시울을 적셨다.

장의위원장인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은 조사에서 “우리 국민에게 큰 고통을 준 세력이 누구든지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며 “끝까지 찾아내 더 큰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천안함 생존자인 김현래 중사는 추도사에서 “그대들을 천안함 속에 남겨둬서 미안하다. 끝까지 함께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여러분의 못다 이룬 꿈과 사랑을 우리가 실천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대통령은 순국 장병 46명의 영정에 일일이 화랑무공훈장을 수여했다. 이 대통령은 유가족들이 분향할 때 침통한 표정으로 손수건을 꺼내 눈가를 닦았다. 이 대통령은 순국 장병들의 운구차가 영결식장을 빠져나갈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종교행사 및 조총발사 등을 마지막으로 영결식은 끝났다. 운구행렬은 평택항에 정박한 함정들이 10초간 일제히 울린 기적소리를 뒤로한 채 2함대사 정문을 빠져나갔다.



서해 백령도 침몰 해역에서도 육·해·공군 장병 대표, 백령도 주민과 학생들이 국화꽃과 추모글을 바다에 띄우는 해상헌화 및 진혼식을 가졌다.

유가족들과 함께 2함대사를 떠난 46명의 용사들은 이날 오후 국립대전현충원 제3사병묘역에 안장돼 영원한 휴식에 들어갔다. 이창기 준위도 유족들의 뜻에 따라 장교묘역이 아닌 사병묘역에 전우들과 나란히 묻혔다.

천안함 전사자 협의회는 성명을 통해 “전국 각지의 분향소를 찾은 조문행렬을 보면서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국민들에게 거듭 감사의 뜻을 밝혔다.

평택=엄기영 강창욱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