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마저…” 유로존 또 충격파

입력 2010-04-29 21:58


‘스페인 너마저….’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사가 그리스, 포르투갈에 이어 유럽의 경제대국 스페인의 장기신용등급마저 AA+에서 AA로 한 단계 떨어뜨렸다. 유럽은 잇단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그리스 디폴트 가능성이 점점 무게를 얻는 등 시장의 불안감은 커져가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부는 S&P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스페인에 비하면 그리스 포르투갈은 피라미=스페인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중 경제규모에서 4위다. 스페인에 대한 신용등급 강등은 새로운 불길한 징조로 시장에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AP통신이 28일 보도했다.

물론 스페인의 국가부채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66.3%로 그리스의 124.9%에 비해 덜 심각하다. 하지만 스페인 경제규모가 그리스의 4배나 돼 시장이 받아들이는 충격은 예사롭지 않다.

스페인 경제는 주택시장 붕괴와 세계금융위기가 겹치면서 재정적자가 불어나는 등 갈지자걸음을 해왔다. 실업률은 20%대로 고공 행진 중이고, 성장률은 지난해 3.6%나 위축됐다. 이런 이유로 스페인의 신용 하락 상황은 일찌감치 예견됐었다. 스페인이 유럽의 재정위험국가 이른바 ‘PIIGS(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로 분류된 이유다.

독일과 국제통화기금(IMF)등이 20일 그리스 신속 구제 방침을 밝혔지만 그리스에 대한 불안감도 걷히지 않고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그리스가 디폴트(채무불이행)나 채무재조정의 상황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는 28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그리스는 사실상 채무상환 불능상태여서 유럽의 긴급 재정지원은 효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부채 구조조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BBC방송은 28일 그리스 상황을 ‘갈 길 잃은 호메로스’에 비유했다. 그러면서 경제의 파탄 원인으로 무절제한 외채 도입정책, 방만한 재정지출, 과다한 소비문화, 고질적인 사회갈등 및 정치 불안정 등을 꼽았다. 2000년 유로존 가입이 그리스의 버릇을 망쳐놨다는 분석도 있다. 1990년대 평균 10∼18%였던 이자율이 선진국 대접을 받으면서 2∼3%로 떨어지게 된 것. 그러자 재정적자를 개선하기보다 싼 이자의 돈을 끌어다 위기를 막으려 급급하다가 파국을 맞게 됐다는 것이다.

◇IMF 등 국제기구, S&P에 불만=그리스 지원문제 협의차 독일 베를린을 방문한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IMF 총재는 28일 S&P의 스페인 신용등급 강등 소식을 전해들은 후 “신용평가사들은 유용하기도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너무 믿을 필요는 없다”고 일축했다.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그리스에 대한 신용등급 강등과 관련, “신용평가회사들은 그리스의 재정적자 감축 노력을 고려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틀 동안 하락했던 유럽 증시는 반등세를 보였다. 29일 영국 런던증권거래소의 FTSE 100 지수는 전일보다 0.45% 오른 5611.94로 출발했다. 또 독일 프랑크푸르트증권거래소의 DAX 30 지수도 0.43% 상승한 6110.56, 프랑스 파리증권거래소 CAC 40 지수는 0.17% 상승한 3796.44로 각각 시작됐다. 한편 뉴욕 다우지수는 28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저금리 유지 표명에 힘입어 하루 만에 1만1000선을 회복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