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험담하다… 딱 걸린 英 총리
입력 2010-04-29 18:55
영국 정치권에 부는 ‘고집불통’ 게이트(Bigot gate) 폭풍에서 노동당이 헤어날 수 있을까.
영국 집권 노동당의 고든 브라운 총리가 말실수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다음달 6일 총선을 앞두고 지지율 하락으로 고전하는 노동당은 브라운 총리의 말실수 악재까지 겹쳐 지지율 28%조차 지키기 어려운 상황에 몰렸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28일 브라운 총리는 선거운동을 위해 북부 로치데일을 방문했다. 그곳에서 여성 유권자인 질리언 더피(65)가 그를 집요하게 따라다니며 경제 현안, 이민자 대책, 범죄 문제 등을 꼬치꼬치 물었다. 결국 브라운 총리는 더피와 40분간 대화를 나눠야 했다. 문제 발언은 카메라가 꺼진 뒤 나왔다. “만나서 반갑다”고 인사하고 자신의 승용차에 올라탄 브라운 총리는 “끔찍했다. 고집불통 여성이었다”고 토로했다. 브라운 총리는 스카이뉴스의 무선 마이크 핀이 자신의 셔츠에 꽂힌 사실을 잊은 채 대화를 이어갔다. 동승자가 “그 여성이 뭘 물었냐”고 묻자 브라운 총리는 “전부 다 물었다. 노동당원이었다고 주장하는 고집불통 여성”이라고 답했다. 브라운 총리의 발언은 그대로 방송을 탔다.
브라운 총리는 이후 BBC 라디오에 출연해 녹음된 자신의 발언을 들을 땐 손으로 이마를 짚은 채 고개를 숙였다. 그는 방송을 마치자 더피에게 전화해 사과한 데 이어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그녀의 집을 찾아가 대화했다. 그러나 일간 가디언은 총리의 말실수로 인해 더피 같은 처지의 연금생활자들이 모욕을 느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피는 과부 연금 수령자다. 브라운 총리가 발 빠르게 사과한 것도 연금생활자들의 표를 의식해서라고 분석했다.
보수당과 자유민주당도 비난에 가세했다. 닉 클레그 자유민주당 당수는 “사람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지만 그런 이유로 모욕하면 안 된다”고 충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라운 총리는 총선 승리를 자신했다. 그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유권자들이 국정수행 능력에 초점을 맞추면 노동당이 최고의 대안을 갖고 있음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