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리조나 이민단속법 일파만파
입력 2010-04-29 18:55
예전 미국 애리조나주 홈 데포(Home Depot) 주차장엔 일용직 노동자를 싣고 가기 위한 차량이 즐비했었다. 요즘은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멕시코 출신 불법 이민자인 훌리오 로욜라 디아즈(35)씨는 28일 “아무도 우리를 태우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수십명의 동료와 함께 주차장 인근 나무 그늘에 앉아 있었다.
이들은 곧 애리조나주를 떠날 예정이라고 한다. 불법 이민자는 물론이고 이들을 고용한 사람까지 단속하도록 한 애리조나주 이민단속법 탓에 일자리를 구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애리조나주 이민단속법의 후폭풍은 미국을 넘어 국제사회로까지 퍼져나가고 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미 연방정부가 우려하고 나섰다. 필립 크롤리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애리조나주가 도입하려는 강경한 이민단속법으로 인해 주변 국가들과의 관계 악화가 초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분명 영향이 나타나고 있고 알다시피 멕시코에서 가장 심하지만 다른 곳에서도 그렇다”며 “멕시코 정부가 자국민을 대상으로 미국 여행 주의보를 내렸다는 것을 안다. 그런 점에서 분명 국제적인 영향도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북아메리카 대륙의 32개 국가가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는 미주기구(OAS)도 우려를 표명했다.
워싱턴에서는 히스패닉, 흑인, 아시아인, 백인으로 구성된 의원 20여명이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애리조나주 이민단속법을 규탄하기도 했다.
히스패닉계를 비롯한 미 이민자들은 다음달 1일 노동절을 맞아 전국 70여개 도시에서 대규모 항의 집회를 열 계획이어서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반대로 공화당을 중심으로 애리조나 이민단속법과 유사한 입법을 추진하려는 주도 늘고 있다. 텍사스주 공화당 소속의 데비 리들 하원의원은 “내년 1월 시작하는 회기에 애리조나주처럼 강력한 이민단속법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유타주의 공화당 소속 스티븐 샌드스트롬 주 하원의원은 이민자로 하여금 체류 신분을 증명하는 서류를 소지하게 하고 지방경찰이 단속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이민법을 입안하고 있다고 솔트레이크 트리뷴이 보도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