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포머 패션·식단엔 과일 품귀… ‘겨울같은 봄’이 바꿔놓은 생활상

입력 2010-04-29 21:32

때 아닌 추운 날씨가 일상을 바꾸고 있다. 주부들은 저온 현상으로 가격이 오른 야채와 국산 과일 대신 고기와 수입산 과일을 식탁에 올린다. 옷차림도 바뀌었다. 두툼한 카디건과 니트, 심지어 모피까지 등장했다. 일교차가 심해 감기 환자가 급증하면서 외출을 줄이고 집에서 홈쇼핑 채널을 돌린다. 봄은 한창이지만 사람들은 아직 겨울 속에 살고 있다.

◇주부 울리는 야채=29일 낮 12시 서울 가양동 홈플러스 야채 매장. 주부 유모(42)씨는 대파를 손에 들었다 놨다 하며 한숨을 쉬었다. “안 먹을 수도 없고. 예전에는 1000원이면 샀는데 어쩔 수 없이 조금만 먹게 되네요.” 대파 한 단 가격은 2180원이었다. 국산과 외국산 과일이 좌우로 나뉜 과일 코너. 칠레산 포도와 미국산 오렌지가 있는 오른쪽은 붐볐고, 배와 참외가 있는 왼쪽은 썰렁했다. 주부 범행영(52)씨는 “지난주 참외를 사려 했는데 가격이 올라서 아직 못 먹고 있다”고 했다. 참외 4개가 든 한 봉지 가격은 7480∼7990원이었다.

이상 저온으로 가을철 과일 공급량까지 감소될 전망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사과꽃 개화 시점이 10일 정도 늦어지고, 배꽃이 떨어지는 현상이 심화되면서 올 추석 과일 확보가 어려울 것 같다”고 걱정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농어업재해대책심의위원회를 열어 최근 이상기온 및 강풍으로 인한 피해가 집계된 전북의 복분자, 제주의 조생종 양파, 경북의 시설하우스 등 1400여 농가에 24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또 피해농가의 농축산경영자금 융자액 13억3700만원도 상환을 1∼2년 연기하고 이자를 감면키로 했다. 지원되는 농가 피해면적은 복분자 동해피해 2185㏊, 양파 동해피해 266㏊, 시설하우스 강풍피해 13㏊ 등으로 여의도 면적의 3배 규모다.

◇안감 뗐다 붙였다 ‘트랜스포머 룩’ 인기=봄철 인기 상품인 얇은 쉬폰 블라우스나 원피스 등은 백화점에서 찾기 힘든 대신 겨울철 대표 상품인 모피가 대박을 터뜨렸다. 이달 들어 신세계백화점 모피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97.1% 늘었다.

옷을 겹쳐 입는 ‘레이어드 룩’, 안감 탈착이 가능하고 팔 길이를 조절할 수 있는 ‘트랜스포머 의류’도 인기다. 롯데백화점 영패션팀 이승주 상품기획자(MD)는 “상당수 의류업체가 봄이 사라져가는 트렌드를 반영해 판매 사이클이 긴 ‘겨울성 봄제품’ 생산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아직까지 겨울교복을 입고 등교한다. 서울 필운동의 배화여고, 명동의 계성여고, 신월동의 신원중학교 학생들은 대부분 겨울교복을 입은 채 등교했다.

◇감기 환자 급증=감기 환자도 급증했다. 이날 오후 3시쯤 가양동 천내과의원에는 50, 60대 여성 3명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은 목도리를 두르거나 초겨울 옷차림이었다. 천성배 원장은 “4월이 되면 환절기 감기 환자가 감소하는데 올해는 평년보다 10∼20% 늘었다”고 설명했다.

여행업계는 명암이 엇갈렸다. 웹투어 이철구 차장은 “날씨가 춥고, 개화가 늦어져 국내 여행상품 매출은 평년에 비해 20∼30% 줄었다”고 말했다. 반면 동남아 지역 여행 수요는 증가했다. 아름다운비행 엄태인 대표는 “따뜻한 곳으로 가고 싶은 소비자 심리가 작용해 괌, 사이판, 세부 등은 평년보다 매출이 두 배 증가했다”고 했다.박유리 최승욱 유성열 기자

박유리 최승욱 유성열 기자 nopimula@kmib.co.kr